기타/어쩌구 저쩌구

[스크랩] 소설의 말하기, 보여주기

칠봉인 2013. 1. 4. 11:50

말하기와 보여주기


소설의 서술자는 인물들의 갈등(=사건)을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독자에게 전달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방법이 바로 말하기보여주기이다.


말하기 - 서술자가 직접적으로 설명을 하는 것으로, 어떤 사건이나 인물들의 성격 등을 서술자가 요약, 혹은 정의하여 제시하는 방법. (= 직접 제시, 요약적 제시, 해석적 제시)


보여주기 - 서술자의 생각을 거치지 않고, 인물들의 대화나 행동, 혹은 대상에 대한 묘사 등을 있는 그대로 독자에게 제시하는 방법. (= 간접 제시, 극적 제시, 입체적 제시)


말하기는 어떤 사건이나 인물들의 성격을 서술자가 정리하여 설명해주는 방법이기 때문에 사건의 진행이 빠르고, 독자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보여주기는 인물들의 대화나 행동, 대상에 대한 묘사 등을 통해 독자들이 어떤 사건이나 인물들의 성격을 짐작(=상상)하게 하기 때문에 말하기에 비해 입체적이고 생동감을 느끼게 하며, 사건의 진행이 비교적 느리다.


소설에서 말하기와 보여주기는 대부분 문단이나 상황별로 구분되어 제시되지 않고, 뒤섞여 나오므로 비중을 고려해서 접근해야 한다.



예문으로 확인하기


“돌아다니고 있어요. 저게 염병돌듯이.”

아내는 빠른 입놀림으로 이렇게 헐떡거리듯이 지껄였다. 나는 그 아내를 금방 신내리는 무당 쳐다보듯이 을씨년스러운 느낌 섞어 쳐다보았다.

“돌아다니다니, 대체 무슨 소리야?”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저 집에서 이 집으로.”

“그때 그 고무신짝은 분명히 쓰레기통에 버렸지 않아.”

“아무래도 꺼림칙해서 그날 밤 당신이 들어오시기 전에 내가 다시 들고 나갔던 거예요.”

“무엇이? 그럼 어느 집 담장 너머로 버렸었다는 말인가?”

“그렇지요.”

아내는 당연하다는 듯이 약간 우락부락한 얼굴까지 되며 말하였다.

“왜?”

“왜라뇨. 당신 그걸 지금 나한테 따져 묻는 거예요?”

“던지긴 어느 집으로 던졌어?”

“몰라요.”

“……”                                                         - 이호철, <큰 산> -


위 부분은 주로 인물간의 대화를 통해 사건이 진행되고 있다. 즉 인물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장면’을 독자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마치 연극처럼(극적으로) 제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감정이나 태도 등을 풍부하고 입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다. 결국 서술자는 독자에게 사건을 간접적으로(자신의 생각을 직접 내비치는 일이 없이)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아래는 위의 부분을 ‘말하기’의 방법으로 고쳐 본 것이다.

아내는 자기가 내다버린 고무신짝이 되돌아오자 무척 당황한 듯했다.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던 나는 아내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고, 아내는 쓰레기통에 버리기에는 아무래도 꺼림칙해서 어느 집 담장 너머로 버렸다는 것이다. 어느 집으로 던졌는지 기억할 순 없지만 아무튼 던져버린 고무신짝이 다시 우리 집 마당에 있는 것을 보고 놀란 것이다.


고친 부분에서는 서술자인 ‘나’의 설명으로 사건이 진행되고 있다. 즉 진행되는(진행되었던) 어떤 사건을 서술자가 정리(=요약)해서 독자들에게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독자는 서술자가 직접적으로 해석해 준 내용(인물의 감정 상태나 사건의 내용 등) 외에 다른 상상을 할 여지가 줄어들게 되며, 사건의 전개 자체는 매우 빨라지게 된다.




기출문제 돋보기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가) 정한담과 최일귀 두 사람이 이때를 타서 천자께 여쭈오되,

“폐하 즉위하신 후에 은덕이 온 백성에게 미치고 위엄이 온 세상에 진동하여 열국 제신이 다 조공을 바치되, 오직 토번과 가달이 강포함만 믿고 천명을 거스르니, 신 등이 비록 재주 없사오나 남적을 항복 받아 충신으로 돌아오면 폐하의 위엄이 남방에 가득하고 소신의 공명은 후세에 전하리니, 엎드려 바라옵건대 폐하는 깊이 생각하옵소서.”

천자 매일 남적이 강성함을 근심하더니, 이 말을 듣고 대희 왈,

“경의 마음대로 기병하라.”

하시니라.

이때 유 주부 조회하고 나오다가 이 말을 듣고 천자 앞에 들어가 엎드려 주왈,

“듣사오니 폐하께옵서 남적을 치라 하시기로 기병하신단 말씀이 옳으니이까?”

천자 왈,

“한담의 말이 여차여차하기로 그런 일이 있노라.”

주부 여쭈오되,

“폐하, 어찌 망령되게 허락하였습니까? 왕실은 미약하고 외적은 강성하니, 이는 자는 범을 찌름과 같고 드는 토끼를 놓침이라. 한낱 새알이 천 근의 무게를 견디리까? 가련한 백성 목숨 백 리 사장(沙場) 외로운 혼이 되면 그것인들 아니 적악(積惡)이리오. 엎드려 바라옵건대 황상은 기병치 마옵소서.”

천자 그 말을 들으시고 여러 가지로 생각하던 차에, 한담과 일귀 일시에 합주하되,

“유심의 말을 듣사오니 죽여도 애석하지 않으니, 오국 간신과 같은 무리로소이다. 대국을 저버리고 도적놈만 칭찬하여 개미 무리를 대국에 비하고 한낱 새알을 폐하에게 비하니, 일대의 간신이요 만고의 역적이라. 신 등은 저어하건대 유심의 말이 가달을 못 치게 하니 가달과 동심하여 내응이 된 듯하니 유심의 목을 먼저 베고 가달을 치사이다.”

천자가 허락하니,

한림 학사 왕공렬이 유심 죽인단 말을 듣고 땅에 엎드려 주왈,

“주부 유심은 선황제 개국 공신 유기의 자손이라. 위인이 정직하고 일심이 충직하오니 남적을 치지 말자는 말이 사리에 당연하옵거늘, 그 말을 죄라 하와 충신을 죽이시면 태조 황제 사당 안에 유 상공을 배향하였으니 춘추로 제사 지낼 때에 무슨 면목으로 뵈오며, 유심을 죽이면 직간할 신하 없사올 것이니, 황상은 생각하와 죄를 용서하옵소서.”

천자 이 말 듣고 한담을 돌아보니, 한담이 여쭈오되,

“유심을 죄하실진대 만 번 죽여도 애석하지 않으나 공신의 후예이오니, 죄목대로 다 못하오나 정배나 하사이다.”

천자

“옳다.”

하시고,

“황성 밖에 멀리 유배 보내라.”


(중략)

(나) 이때 대원수가 금산성에서 적 십만 병을 한칼에 무찌르고 바로 호산대에 득달하여 적병을 씨 없이 함몰코자 행하더니, 뜻밖에 월색이 희미하며 난데없는 빗방울이 원수 얼굴에 내리거늘, 원수 괴이히 여겨 말을 잠깐 머무르고 천기를 살펴보니, 도성에 살기 가득하고 천자의 자미성(紫微星)이 떨어져 번수 가에 비쳤거늘, 크게 놀라 발을 구르며 왈,

“이게 웬 변이냐?”

갑옷과 투구, 창검을 갖추고 천사마 위에 바삐 올라 산호 채찍을 높이 들어 채질하며 말에게 단단히 부탁하여 왈,

“천사마야, 너의 용맹 두었다가 이런 때에 아니 쓰고 어디 쓰리오. 지금 천자 도적에게 잡히어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지라. 순식간에 득달하여 천자를 구원하라.”

천사마는 본디 천상에서 타고 온 비룡이라. 채질을 아니 하고 단단히 부탁하여 말해도, 비룡의 조화라 제 가는 대로 두어도 순식간에 몇 천 리를 갈 줄 모르는데, 하물며 제 임자 급한 말로 부탁하고 산호채로 채질하니, 어찌 아니 급히 갈까. 눈 한 번 깜짝이며 황성 밖을 얼른 지나 번수 가에 다다르니,

이때 천자는 백사장에 엎어지고 한담은 칼을 들고 천자를 치려 하거늘, 원수 이때를 당하매 평생에 있는 기력과 일생에 지를 호통을 힘을 다해 지르고, 천사마도 평생 용맹을 이때에 다 부리고, 변화 좋은 장성검도 삼십삼천 어린 조화 이때에 다 부리니, 원수 닫는 앞에 귀신인들 아니 울며, 강산도 무너지고 하해도 뒤엎는 듯 혼백인들 아니 울리오. 온몸이 불빛 되어 벽력같이 소리하며 왈,

“이놈 정한담아, 우리 천자를 해치지 말고 내 칼을 받으라.”

하는 소리에 나는 짐승도 떨어지고 강신 하백(江神河伯)도 넋을 잃어 용납지 못하거늘, 정한담의 혼백인들 아니 가며 간담인들 성할쏘냐. 호통 소리 지나는 곳에 두 눈이 캄캄하고 두 귀가 먹먹하여 탔던 말 둘러 타고 도망하여 가려다가, 형산마 거꾸러져 백사장에 떨어지니 창검을 갈라 들고 원수를 겨누거늘, 구만 청천 구름 속에 번개칼이 번쩍 하며 한담의 장창 대검이 부서지니, 원수 달려들어 한담의 목을 산 채로 잡아들고 말에서 내려 천자 앞에 엎드리니, 이때 천자 백사장에 엎어져서 반생반사 기절하여 누워 있거늘, 원수 붙잡아 앉히고 정신을 진정한 후에 엎드려 주왈,

“소장이 도적을 함몰하고 한담을 사로잡아 말에 달고 왔나이다.”

- 작자 미상,「유충렬전」-

(가)와 (나)를 대비할 때, 서술상 특징에 대한 설명으로 바르지 않은 것은?

 

(가)

(나)

사건의 진행 속도가 느리다.

  사건의 진행 속도가 빠르다.

사건이 액자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건이 병렬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이 되는 공간이 고정되어있다.

  배경이 되는 공간이 변화하고 있다.

서술자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서술자가 직접적으로 개입한다.

주로 대화를 통해 인물의 성격을 드러낸다.

  주로 묘사를 통해 인물의 행동을 드러낸다.





(나)의 내용을 바탕으로 삽화를 그리려고 한다. <보기>에서 (나)의 내용을 잘 반영한 것을 골라 바르게 묶은 것은?

 

<보 기>

 

 

 

ㄱ.유충렬이 천기를 살펴보는 호산대의 배경을 밝고 명랑한 분위기로 표현하여 앞으로의 승리를 예감할 수 있도록 한다.

ㄴ.쓰러져 있는 천자에게서 무력함 또는 나약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ㄷ.정한담을 향해 달려가는 천사마는 역동적이면서 용맹스러운 모습으로 그린다.

ㄹ.장성검을 들고 진격하는 유충렬의 모습에서 천자를 구하고자 하는 강인한 의지가 엿보이도록 한다.

ㅁ.달려오는 유충렬을 보고 도망가는 정한담의 표정에서 여유와 의연함이 드러날 수 있도록 그린다.

①ㄱ, ㄴ, ㅁ                  ②ㄱ, ㄷ, ㄹ                ③ㄱ, ㄷ, ㅁ

④ㄴ, ㄷ, ㄹ                  ⑤ㄷ, ㄹ, ㅁ

 

 

적용문제 돋보기


(가)  아들이 돌아온다. 아들 진수가 살아서 돌아온다. 아무개는 전사했다는 통지가 왔고, 아무개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통 소식이 없는데, 우리 진수는 살아서 오늘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니 생각할수록 어깻바람이 날 일이다. 그래 그런지 몰라도 박만도는 여느 때 같으면 아무래도 한두 군데 앉아 쉬어야 넘어설 수 있는 용머리재를 단숨에 올라채고 만 것이다. 가슴이 펄럭거리고 허벅지가 뻐근했다. 그러나 그는 고갯마루에서도 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들 건너 멀리 바라보이는 정거장에서 연기가 물씬물씬 피어오르며 삐익―하고 기적 소리가 들려 왔기 때문이다. 아들이 타고 내려올 기차는 점심때가 가까워 도착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해가 이제 겨우 산등성이 위로 한 뼘 가량 떠올랐으니, 오정[正午]이 되려면 아직 차례 먼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공연히 마음이 바빴다. '까짓것, 잠시 앉아 쉬면 뭐할 기고'.

 손가락으로 한쪽 콧구멍을 누르면서 팽! 마른 코를 풀어 던졌다. 그리고 휘청휘청 고갯길을 내려가는 것이다.


(나) "에라이 이놈아!"

 만도의 입술에서 모지게 튀어나온 첫마디였다. 떨리는 목소리였다. 고등어를 든 손이 불끈 주먹을 쥐고 있었다.

 "이기 무슨 꼴이고, 이기.“

 "아부지!"

 "이놈아, 이놈아……"

 만도의 들창코가 크게 벌름거리다가 훌쩍 물코를 들이마셨다. 진수의 두 눈에서는 어느 결에 눈물이 꾀죄죄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만도는 진수의 잘못이기나 한 듯 험한 얼굴로,

 "가자, 어서!"

 무뚝뚝한 한 마디를 내던지고는 성큼성큼 앞장을 서 가는 것이었다. 진수는 입술에 내려와 묻는 짭짤한 것을 혀끝으로 날름 핥아 버리면서, 절름절름 아버지의 뒤를 따랐다. 앞장 서 가는 만도는 뒤따라오는 진수를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한눈을 파는 법도 없었다. 무겁디무거운 짐을 진 사람처럼 땅바닥을 응시하고, 이따금 끙끙거리면서 부지런히 걸어만 가는 것이었다.


다음은 이 소설을 읽고 서술상의 특징에 대해 학생들이 나눈 대화이다. 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사람은?


① 준호 : (가)에서는 서술자가 만도의 내면을 파악하여 직접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걸로 봐서 이 부분은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

② 선희 : 그런데 (나)에서는 서술자가 작품 밖에서 인물에 대한 묘사와 인물간의 대화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니까 작가 관찰자 시점인 것 같아. 흠... 왜 한 소설 안에서 두 개의 시점이 쓰인 걸까?

③ 재윤 : 글쎄...? (가)에서는 아들이 살아 돌아온다는 사실에 대해 인물이 느끼는 기대감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④ 민아 : 그러면 (나)에서는 인물을 객관적인 위치에서 바라봄으로써 인물들의 복잡한 심정을 독자들에게 더욱 극적으로 제시해 주는 효과가 크겠네?

⑤ 승호 : 그렇다면 (가)에서는 인물과 독자 사이의 거리가 가깝고, (나)에서는 인물과 독자 사이의 거리가 멀겠군.




훈련하기



곱단이는 범강장달이 같은 아들을 내리 넷이나 둔 집의 막내딸이자 고명딸이었다.부지런한 농사꾼 아버지와 착실한 아들들은 가을이면 우리 마을에서 제일 먼저 이엉을 이었다.다섯 장정이 휘딱 해치울 일이건만 제일 먼저 곱단이네 지붕에 올라앉아 부산을 떠는 건 만득이였다.만득이는 우리 동네의 유일한 읍내 중학생이라 품앗이 일에서는 저절로 제외되곤 했건만 곱단이네가 일손이 모자라는 집도 아닌데 제일 먼저 달려들곤 했다.곱단이 작은오빠하고 만득이는 친구 사이였다. 그래도 마을 사람들은 만득이가 곱단이네 집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고 싶어하는 게 친구네 집이라서가 아니라 그 여자, 곱단이네 집이기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박완서, <그 여자네 집>


말하기 :


보여주기 :



“아이구 배야!”    

난 몰 붓다 말고 배를 쓰다듬으면서 그대로 논둑으로 기어올랐다. 그리고 겨드랑에 꼈던 벼 담긴 키를 그냥 땅바닥에 털썩, 떨어치며 나도 털썩 주저앉았다.일이 암만 바빠도 나 배 아프면 고만이니까. 아픈 사람이 누가 일을 하느냐.파릇파릇 돋아 오른 풀 한 숲을 뜯어 들고 다리의 거머리를 쓱쓱 문대며 장인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가운데서 장인님이 이상한 눈을 해가지고 한참을 날 노려보더니,

너 이 자식, 왜 또 이래 응?

“배가 좀 아파서유!”

김유정, <봄·봄>


말하기 :


보여주기 :




출처 : 국어와 함께 하는 이야기 주머니
글쓴이 : 송승호 선생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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