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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보다 잿밥 국회

칠봉인 2017. 5. 3. 19:31

[최미화 칼럼]

 

염불보다 잿밥 국회


상시 청문회 열 수 있는 국회법 개정

남발 않겠다 발언 립서비스성 농후

거부하지 않으면 살아도 죽은 정부

 

앞으로 4년간 국민들은 밥 안 먹어도 배부를 것 같다. 지난 4년 내내 하는 일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야 있을까 말까 한 19대 국회가 임기종료 종이 울리기 직전 마지막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일명 정의화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대해서는 이미 그전에 여야 수석부대표들이 안건으로 올리지 않기로 했는데도 정 의장이 독단적으로 회부하여 결과적으로 임기 21개월을 남겨둔 박근혜정부를 그로기 상태로 끌고 갈만한 법적 장치를 만들었다.

 

‘한 게 뭐있냐’를 앞세워 정권 교체를 이루고 싶은 야당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하던 새누리당이 시퍼렇게 살아있을 때는 꿈도 못 꾼 법안을 총선 참패 이후 정신줄 놓은 상태를 틈타 재갈을 물리는 데 성공했다. 야당들로서는 출범 직후부터 꼴 보기 싫었던 정부의 목을 당길 수 있다면 어떤 일도 할 판인데 여당 출신 국회의장이 맘먹고 어깃장을 놓아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이 상시 청문회법은 중요 안건이 아니어도 상임위 소관 현안이기만 하면 과반수 의결로 청문회를 열 수 있게 했으니 야당으로 봐서는 넝쿨째 굴러들어온 호박이다. 이 세상에 국회가 관여하지 않는 분야는 없다. 무슨 일이든지 소관 분야가 다 있고, 뭔가 잘 안 들어준다 싶은 공무원이 있으면 ‘현안’을 핑계 삼아 청문회에 올리면 그만이다.

 

사실이 대수인가. 사심 내지 갑질을 숨긴 채 위장한 공무(公務)로 한방 터뜨려서 여론몰이로 반(半)쯤 죽이고, 나중에 그거 아니더라고 해도 지엄한 국회와 법을 만드는 나리님들에게 어떻게 대들 수 있나.

 

유승민 의원은 찬성표를 던졌다. 물론, 새누리당 친유계 조해진`이종훈 의원, 비박계 이병의원 등도 ‘부결’을 요청한 당(黨)의 쪽지공문에도 불구하고 반란에 동참했다. 유승민 의원의 행보에 대해서는 놀랍지도 않다.

 

류석춘 연세대 교수 등이 ‘19대 국회 의원입법 공동발의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서 입법 행태를 분류한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새누리당의 주요 법안인 테러방지법`북한인권법 등 19개(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이 서명한 노동개혁 5법은 제외)에 대해서 유승민 의원은 대표발의나 공동발의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새누리당이 대한민국의 사활을 걸고 정책적으로 추진한 입법의 발의조차 한 번도 도와주지 않았으니 더 물어볼 필요도 없다.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상임위 청문회를 남용하지 않겠다”는 립서비스까지 했다.

 

다수결이라는 과반보다 여야 합의의 정신을 강조한 국회선진화법을 소수 야당이 전권을 휘두르는 놀잇감으로 변질시킨 사실로 미루어 ‘상임위 청문회를 남발하지 않겠다’는 야당 측의 발언은 청와대 거부권을 피하기 위한 임시변통일 뿐이라는 것을 짐작하지 못한다면 지나치게 순진한 거다.

 

미국처럼 청문회를 상설화시키자는 얘기도 일리는 있으나 우리 정치 수준으로는 아직 무리이다. 긍정적 역할보다 안 그래도 정신 시끄러운 나라를 더 혼란 지경으로 끌고갈 공산이 훨씬 크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협치는 꿈도 꾸지 말라는 주문은 협박에 가깝다.

 

민심은 협치를 주문했는데, 어디 정치권이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일분일초가 급한 노동개혁 4법과 청년실업문제에 대해서 머리를 맞대는 것을 봤는가. 그런 것은 안 된다고 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요구하지 않았는가.

 

임을 위한 행진곡도 5`18 기념식에서 제창할 수 있다. 그러나 그전에 더 먼저 6`25 때 혹은 일제 치하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쳤으나 제대로 대접도 못 받고 있는 영령들부터 위하자고 하는 게 일의 순서가 아니겠는가. 여론 떨어지는 게 무서워서 상시 청문회법을 막지 못한다면, 앞으로 남은 박근혜정부의 21개월은 살아도 산목숨이 아니다.

최미화 심의실장 겸 특임논설위원 
기사 작성일 : 2016년 05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