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어쩌구 저쩌구

농가 월령가

칠봉인 2011. 11. 5. 07:45

 

농가월령가......

조선후기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는 1년 12달 농가에서 할 일을 적어놓은 가사문학 작품입니다. 매월 해야 할 농가의 행사를 교훈을 섞어가며 기록한 귀중한 자료로, 농촌의 풍속은 물론 농업을 권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작자에 대해서는 광해군 때의 고상안이라는 사람이 지은 것이라는 이야기와 철종 때의 정학유가 지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조선의 대표적인 실학자 정약용의 둘째 아들인 정학유가 지은 것이라는 의견이 더 많습니다.

 

농가월령도는 정월령에서 12월령까지 모두 12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그 달의 농촌풍경을 농가월령가에 그려진 대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농가월령가와 농가월령도에 소개된 매달마다 할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월령: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고 농기구를 정비하고, 소를 돌보며, 보리밭에 거름을 줍니다. 힘든 일을 하지 못하는 노인들은 낮에는 짚으로 지붕이나 담에 덮을 이엉을 엮고 밤에는 새끼를 꼽니다. 설날에는 새 옷을 차려입고 세배를 다니며 연날리기와 널뛰기, 윷놀이를 합니다. 정월보름이 되면, 약밥과 묵은 산나물, 귀밝이술, 부럼 등을 즐기고 더위팔기, 달맞이, 횃불 놓기 등의 세시풍속을 즐깁니다.

 

[1]

정월은 이른 봄이니 입춘 우수 절기로다 산속 깊은 골짜기에 눈과 얼음 남았으나 평야 마을 넓은 들은 풍경이 바뀌도다 어와! 우리 임금 백성을 사랑하고 농사를 중히 여겨 농사에 힘쓰라는 간절한 교서를 온 나라에 널리 펴니

슬프다! 농부들아 아무리 모른다 해도 네 몸을 돌본다고 임금 뜻을 어길소냐논과 밭을 서로 나눠(힘을 합쳐) 있는 힘 다하리라일 년 풍흉은 미리 알지 못하여도 있는 정성을 다하면 하늘 재앙 벗어나니모두모두 노력하여 게으름 부리지 말아라

 

[2]일 년 농사는 봄에 달렸으니 모든 일 미리 하라 봄에 만일 때 놓치면 한 해 농사 망치니농기구 정비하고 일할 소도 보살피고 재거름 재워 놓고 한 쪽으로 실어 내어보리밭에 오줌 주기 작년보다 힘써 해라 늙은이 힘이 부쳐 힘든 일 못하여도낮에는 이엉 엮고 밤에는 새끼 꼬아 때맞게 집 이으면 큰 근심 덜리로다과일 나무 버곳 깎고 가지 사이 돌 끼우기 초하루 새벽에 시험 삼아 하여 보자며느리 잊지 말고 좋은 술 밑 하여라 온갖 꽃이 피어 나면 꽃밭에서 취하여 보자정월 보름달 보고 가뭄 장마 안다 하니 늙은 농부 경험으로 대강은 짐작한다

 

[3]새해 세배함은 인정많고 좋은 풍속이니 새 옷 차려 입고 친척 이웃 서로 찾아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삼삼오오 다닐 적에 와삭 버석 울긋불긋 옷 차림이 화려하다사내아이 연 날리기 계집아이 널뛰기요 윷놀이 내기 하니 소년들 놀이로다사당에 세배 하니 떡국에 술 과일이구나 움파와 미나리를 무엄에 곁들이면보기에 싱싱하여 오신채가 부러우랴 보름날 먹는 약밥 신라에서 온 것이다묵은 산나물 삶아 내니 고기맛에 비길소냐 귀 밝히는 약술이며 부스름 삭히는 생밤이라먼저 불러 더위 팔기 달맞이 횃불 놓기 내려오는 풍속이요 아이들 놀이구나

 

 

 

2월령: 경칩, 춘분이 든 2월은 봄바람과 움트는 새싹으로 시작합니다. 개구리도 깨어나고 논에는 물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는 보습과 쟁기를 차려놓고 한해 농사를 위한 봄갈이를 해야 합니다. 기름진 밭에 봄보리를 심고, 목화밭 되갈아두고, 담배 모종을 심습니다. 비오는 날 뿌리가 과일나무와 뽕나무를 뿌리가 다치지 않게 심고, 솔가지를 꺾어다가 울타리를 새로 엮으며, 담장과 개천을 손봅니다. 집 안팎의 마른 가지와 덤불은 끌어내어 태우고 그 재로 거름을 씁니다. 가축들을 기르고, 입맛을 돋울 달래, 냉이 등을 캐어 반찬을 만듭니다.

 

[1]

이월은 한봄이라 경칩 춘분 절기로다 초엿샛날 좀생이로 풍흉을 안다 하며 스무날 날씨 보아 대강은 짐작하니 반갑다 봄바람이 변함 없이 문을 여니 말랐던 풀뿌리는 힘차게 싹이 트고 개구리 우는 곳에 논물이 흐르도다 맷비둘기 보리나니 버들빛 새로와라 보습 쟁기 차려 놓고 봄갈이 하여 보자 기름진 밭 가리어서 봄보리 많이 심고 목화밭 되갈아 두고 제때를 기다리소 담배 모종과 잇꽃 심기 이를수록 좋으리라 뒷동산 나무 다듬으니 이익도 되는구나 첫째는 과일나무요 둘째는 뽕나무라 뿌리를 다치지 말고 비오는 날 심으리라

 

[2]솔가지 찍어다가 울타리 새로 하고 담장도 손을 보고 개천도 쳐올리소안팎에 쌓인 검불 말끔히 쓸어 내어 불 놓아 재 받으면 거름을 보태려니온갖 가축 못다 기르나 소 말 닭 개 기르리라 씨암탉 두세 마리 알 안겨 깨어 보자산채는 일렀으니 들나물 캐어 먹세 고들빼기 씀바귀며 소루쟁이 물쑥이라달래김치 냉잇국은 입맛을 돋구나니 본초강목 참고하여 약재를 캐오리라창백출 당귀 천궁 시호 방풍 산약 택사 낱낱이 적어 놓고 때 맞추어 캐어 두소촌집에 거리낌 없이 값진 약 쓰겠느냐

 

 

 

3월령: 만물이 소생하고 온갖 꽃이 피어나는 3월. 새 소리 울려 퍼지고 강남 갔던 쌍제비가 날아들며, 꽃밭에 나비와 벌레들이 어우러져 사는 봄날의 풍경이 그려져 있습니다. 한식이 든 3월에는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를 합니다. 농부들은 모내기를 준비하기 위해 논을 갈고 물꼬를 깊이 치고 도랑을 밟는 일로 분주합니다. 들깨 모종을 뿌리고 옷감을 만들기 위해 삼 농사도 준비합니다. 울 밑에 호박을, 처마 밑엔 박을 심고, 텃밭에는 무, 배추, 아욱, 상추, 고추, 가치, 파, 마늘 등을 골고루 심습니다.

 

[1]

3월은 늦봄이니 청명 곡우 절기로다 봄날이 따뜻해져 만물이 생동하니 온갖 "꽃 피어 나고 새소리 갖가지라 대청 앞 쌍제비는 옛집을 찾아오고꽃밭에 범나비는 분주히 날고 기니 벌레도 때를 만나 즐거워함이 사랑홉다 한식날 성묘하니 백양나무 새 잎 난다 우로 느껴 슬퍼함을 술 과일로 펴오리라 농부의 힘드는 일 가래질 첫째로다 점심밥 잘 차려 때 맞추어 배 불리소 일꾼의 집안식구 따라와 같이 먹세 농촌의 두터운 인심 곡식을 아낄소냐 물꼬를 깊이 치고 도랑 밟아 물을 막고 한편에 모판하고 그 나머지 삶이 하니날마다 두세 번씩 부지런히 살펴보소

 

[2]약한 싹 세워낼 때 어린아이 보호하듯 농사 가운데 논농사를 아무렇게나 못하리라개울가 밭에 기장 조요 산 밭에 콩 팥이로다 들깨모종 일찍 뿌리고 삼농사도 하오리라좋은 씨 가리어서 품종을 바꾸시오 보리밭 갈아 놓고 못논을 만들어 두소들농사 하는 틈에 채소 농사 아니할까 울 밑에 호박이요 처맛가에 박 심으고담 근처에 동과 심어 막대 세워 올려 보세무 배추 아욱 상치 고추 가지 파 마늘을 하나하나 나누어서 빈 땅 없이 심어 놓고갯버들 베어다가 개바자 둘러막아 닭 개를 막아 주면 자연히 잘 자라리오이밭은 따로 하여 거름을 많이 하소 시골집 여름 반찬 이밖에 또 있는가뽕 눈을 살펴보니 누에 날 때 되었구나 어와 부녀들아 누에 치기에 온 힘 쏟으소잠실을 깨끗이 하고 모든 도구 준비하니 다래끼 칼 도마며 채광주리 달발이라각별히 조심하여 내음새 없이 하소

 

[3]한식 앞뒤 삼사 일에 과일나무 접하나니 단행 이행 울릉도며 문배 참배 능금 사과엇접 피접 도마접에 행차접이 잘 사느니 청다래 정릉매는 늙은 그루터기에 접을 붙여농사를 마친 뒤에 분에 올려 들여놓고 눈 바람 추운 날씨 봄빛을 홀로보니실용은 아니지만 고고한 취미로다 집집이 요긴한 일 장 담그기 행사로세소금을 미리 받아 법대로 담그리라 고추장 두부장도 맛맛으로 갖추 하소앞산에 비가 개니 살진 나물 캐오리라 삽주 두릅 고사리며 고비 도랏 어아리를일부는 엮어 달고 일부는 무쳐 먹세 떨어진 꽃잎 쓸고 앉아 병 술을 즐길 때에아내가 준비한 일품 안주 이것이로구

 

 

 

4월령: 여름으로 접어드는 입하, 소만이 포함된 4월. 농사에 필요한 봄비가 내리고 햇볕도 좋아 청명한 봄날이 이어집니다. 이삭 팬 보리밭 위로 뻐꾹새, 꾀꼬리의 울음소리도 들립니다. 이 시기는 농사와 누에치기가 한창인 때입니다. 남녀노소 쉴 틈 없이 분주하며, 곧 다가올 장마를 대비해 논에는 도랑을 쳐 물길을 내고, 지붕도 미리 손질해 놓습니다. 봄에 매는 필무명을 널어 말리고, 베 모시 여름옷을 지어두며, 번식중인 벌을 위해 새로 벌통을 놓아주고 물가에서 고기잡이도 합니다.

<원문> -> 링크

 

[1]

사월이라 한여름이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 비 온 끝에 볕이나니 날씨도 좋구나떡갈잎 퍼질 때에 뻐꾹새 자주 울고 보리 이삭 패어 나니 꾀꼬리 소리 한다농사도 한창이요 누에치기 바쁘구나 남녀노소 일이 바빠 집에 있을 틈이 없어적막한 대사립을 녹음에 닫았도다 면화를 많이 하소 방적의 근본이라수수 동부 녹두 참깨 사이 심기 적게 하소 갈대 꺾어 거름할 때 풀 베어 섞어 하소무논을 써을이고 이른 모 내어 보세 양식이 모자라니 환곡타 보태리라

 

[2]한 잠 자고 일어난 누에 하루도 열두 밥을 밤낮을 쉬지 말고 부지런히 먹이리라뽕 따는 아이들아 뒷 날을 생각하여 오랜 가지 찍어 내고 햇잎은 두고 따소찔레꽃 만발하니 적은 가뭄 없을소냐 이때를 이용하여 나 할 일 생각하소도랑 쳐 물길 내고 새는 지붕 손질하여 장마를 방비하면 둣 근심 더 없나니봄에 매는 필무명도 이때에 널어 말리고 베 모시 형편대로 여름옷 지어 두소벌통에 새끼 나니 새 통에 받으리라 천만이 하나같이 여왕을 받들으니꿀 먹기도 하려니와 군신 도리 깨닫도다

 

[3]석탄일에 등 달기는 산촌에 바쁜 일 아니나 느티떡 콩찌니는 제때에 별미로다앞 내에 물이 주니 고기잡이 하여 보세 해 길고 바람 자니 오늘 놀기 좋겠구나맑은 시내 모래밭을 굽이굽이 찾아가니 찔레 늦은 꽃은 봄빛이 남았구나가는 그물 둘러치고 은빛 큰 고기 후려 내어 너럭 바위에 노구솥 걸고 솟구쳐 끓여 내니아무리 산해진미라도 이 맛과 바꿀소냐

 

 

5월령: 망종, 하지가 든 5월은 보리밭 터를 닦고 보리를 타작합니다. 보릿짚은 말리고 솔가지를 쌓아 땔나무를 준비하며 장마를 대비합니다. 음력 5월 5일 단오날에는 시골 아녀자들이 그네를 뛰고, 창포물에 머리감는 풍습이 있습니다. 이날은 오이밭에서 첫물 오이를 따고 틈틈이 약쑥도 베어놓습니다.

 

[1]

오월이라 한여름되니 망종 하지 절기로다 남쪽 바람 때 맞추어 보리 추수 재촉하니 보리밭 터를 닦고 보리 타작 하오리라 드는 낫 베어다가 한 단 두 단 헤쳐 놓고도리깨 마주 서서 흥을 내어 두드리니 불고 쓴 듯하던 집안 갑자기 벅적인다가마니에 남는 곡식 이제 곧 바닥이더니 중간에 이 곡식으로 입에 풀칠 하겠구나이 곡식 아니라면 여름 농사 어찌할까 천심을 생각하니 은혜도 끝이 없다목동은 놀지 말고 농우를 보살펴라 그루갈이 모 심기 제 힘을 빌리리라보릿짚 말리우고 솔가지 많이 쌓아 땔나무 준비하여 장마 걱정 없이 하소

 

[2]누에 치기 마칠 때에 사나이 힘을 빌어 누에섶도 하려니와 고치나무 장만하소고치를 따오리라 맑은 날 가리어서 발 위에 엷게 널고 뙤약 볕에 말리우니쌀고치 무리고치 누른 고치 흰 고치를 하나하나 나누어서 조금은 씨로 두고그 나머지 켜오리라 자애를 차려 두고 왕채에 올려 내니 눈 같은 실오라기사랑스런 자애소리 금슬을 고르는 듯 여자들 공을 들여 이 재미 보는구나오월 오일 단오날에 빛깔이 산뜻하다 오이밭에 첫물 따니 이슬이 젖었으며 앵두 익어 붉은 빛이 아침 볕에 눈부시다 목 맺힌 영계소리 연습삼아 자주 운다시골 아녀자들아 그네는 뛴다 해도 청홍 치마 창포 비녀 좋은 시적 허송 마라노는 틈틈이 할 일이 약쑥이나 베어 두소

 

[3]하느님 느그러워 뭉게뭉게 구름 지어 때 미쳐 오는 비를 뉘 능히 막을소냐처음에 부슬부슬 먼지를 적신 뒤에 밤 되어 오는 소리 주룩주룩 하는 구나관솔불 둘러앉아 내일 일 마련할 때 뒷 논은 뉘 심으고 앞밭은 뉘가 갈꼬도롱이 접사리며 삿갓은 몇 벌인고 모찌기 자네 하고 논삶이 내가 함세들깻모 담뱃모는 머슴아이 맡아 내고 가짓모 고춧모는 아기딸이 하려니와맨드라미 봉숭아로 너무 즐거워 하지 마라 아기 어멈 방아 찧어 들바라지 점심하소보리밥 찬국에 고추장 상치쌈을 식구들 헤아리니 넉넉히 준비하소새참 때 문을 나서니 개울에 물 넘는다 농부가로 답을 하니 격양가 아니런가

 

 

 

6월령: 늦여름, 소서, 대서 절기의 6월령은 큰 비도 때로 오고 더위도 극심함과 비교해서 초록이 무성하고 파리, 모기 모여들고 참개구리 소리 나는 장면을 함께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시기의 농촌은 봄보리, 밀, 귀리를 베어내고, 늦은 콩, 팥, 조, 기장은 미리 심어놓아 땅힘을 쉬지 말고 알뜰히 이용합니다. 논의 김매기로 바쁜 와중에도 목화밭, 나물밭, 집터, 울밭의 잡초를 뽑는 분주한 일과 중에 정자나무 그늘에 앉아 점심과 보리단술을 먹고 짧은 낮잠으로 피로를 풉니다. 할머니들은 묵은 솜을 틀어 폭신하게 만들고, 아녀자들은 장독도 살핍니다. 원두밭에 참외를 따고, 삼대를 수확해 실을 짜고 밧줄을 만들기도 합니다.

 

[1]

유월이라 늦여름 되니 소서 대서 절기로다 큰 비도 때로 오고 더위도 극심하다 초록이 무성하니 파리 모기 모여들고 따 위에 물 고이니 참개구리 소리 난다 봄보리 밀 귀리를 차례로 베어 내고 늦은 콩 팥 조 기장을 베기 전에 심어 놓아 땅힘을 쉬지 말고 알뜰히 이용하소 젊은이 하는 일이 김매기뿐이로다 논 밭을 번갈아 삼사차 돌려 맬 때 그 가운데 목화밭은 더욱 힘을 써야 하니 틈틈이 나물밭도 김매 주고 잘 가꾸소 집터 울밑 돌아가며 잡풀을 없게 하소 날 새면 호미 들고 긴긴 해 쉴 틈 없이 땀 흘려 흙이 젖고 숨 막히고 맥 빠진 듯

 

[2]때마침 점심밥이 반갑고 신기하가 정자나무 그늘 밑에 앉을 자리 정한 뒤에점심 그릇 열어 놓고 보리 단술 먼저 먹세 반찬이야 있고 없고 주린 창자 채운 뒤에맑은 바람 배부르니 낮잠이 맛있구나 농부야 근심 마라 수고하는 값이 있네오조 이삭 푸른 콩이 어느 사이 익었구나 이로 보아 짐장하면 양식 걱정 오랠소냐해진 뒤 돌아올 때 노래 끝에 웃음이라 자욱한 저녁 내는 산촌에 잠겨 있고달빛은 아스라이 발길을 비추누나 늙은이 하는 일 아주 없다 하겠느냐 아침 일찍 오이 따기 뙤약 볕에 보리 널기 그늘에서 누역 만들기 창문 앞에 줄 꼬기라하다가 고달프면 목침 베고 허리 피고 북쪽 바람 잠이 드니 좋은 세월이로구나잠 깨어 바라보니 급한 비 지나가고 먼 나무에 쓰르라미 해지기를 재촉한다

 

[3]할머니가 하는 일은 여러 가지 못 되지만 묵은 솜 들고 앉아 알뜰히 피어 내니장마 때의 심심풀이 낮잠 자기 잊었도다 삼복은 속절이요 유두는 좋은 날이라원두밭에 참외 따고 밀갈아 국수하여 사당에 올린 다음 모두 모여 즐겨 보세아녀자 헤피 마라 밀기울 한데 모아 누룩을 만들어라 유두 누룩 치느니라 호박나물 가지김치 풋고추 양념하고 옥수수 새 맛으로 일 없는 사람 먹어 보소장독을 살펴보아 제 맛을 잃지 마소 맑은 장 따로 모아 익는 대로 떠내어라비 오면 꼭 덮고 아가리를 깨끗이 하고 이웃 마을 힘을 모아 삼 구덩이 파보세삼대를 베어 묶어 익게 쪄 벗기리라 고운 삼 길쌈하고 굵은 삼 밧줄 꼬고촌집에 중요하기는 곡식에 버금가네 산 밭 메밀 먼저 갈고 갯가 밭 나중 가소

 

 

 

7월령: 절기상 가을로 접어드는 입추, 처서가 든 7월령은 꼴 거두어 김매기, 벼 포기에 피 고르기, 낫 갈아 두렁 깎기, 선산에 벌초하기 등을 합니다. 풀을 베어 거름더미를 미리미리 만들고, 낱알과 열매가 익어가는 논과 밭은 새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관리하며, 김장에 쓸 무와 배추도 심습니다. 장마가 지나간 뒤 집안팎을 돌아보고, 곡식과 옷가지를 말립니다. 명주도 뭉쳐서 춥기 전에 미리 실로 자아놓습니다. 채소와 과일이 흔한 이 시기에는 박과 호박을 얇게 썰어 말리고 오이와 가지는 짜게 절여 겨울을 대비합니다. 목화밭을 살펴 일찍 익은 목화를 가꾸고 거둡니다.

 

[1]

칠월이라 한여름 되니 입추 처서 절기로다 화성은 서쪽으로 가고 미성은 하늘 복판이라 늦더위 있다 해도 계절을 속일소냐 빗줄기 가늘어지고 바람도 다르구나 가지 위의 저 매미 무엇으로 배를 불려 공중에 맑은 소리 다투어 자랑하는가 칠서게 견우 직녀 흘린 눈물 비가 되어 섞인 비 지나가고 오동잎 떨어질 때 눈섭 같은 초승달은 서쪽 하늘에 걸리고 슬프다 농부들아 우리 일 다해 가네얼마나 남았으며 어떻게 되어 갈까 마음을 놓지 마소 아직도 멀고 멀다

 

[2]꼴 거두어 김매기 벼 포기에 피 고르기 낫 갈아 두렁 깎기 선산에 벌초하기 거름을 많이 베어 더미 지어 모아 놓고 이른 논에 새 보기와 이른 밭은 허수아비밭가에 길도 닦고 덮힌 흙도 쳐올리소 기름지고 연한 밭에 거름하고 깊게 갈아 김장할 무 배추 남 먼저 심어 놓고 가시 울 미리 막아 잃지 않게 하여 두소부녀들도 생각 있어 앞일을 헤아리고 베짱이 우는 소리 자네를 위함이라저 소리 깨쳐 듣고 정신을 가다듬어

 

[3]장마를 겪었으니 집안을 돌아보아 곡식도 바람 쐬고 옷가지 말리시오명주 조각 어서 뭉쳐 춥기 전에 짜아 내고 늙으신 어른 기운 빠져 환절기를 조심하고가을이 가까우니 입는 옷 살피시오 빨래하여 바래고 풀 먹여 다듬을 때달빛 다듬이 소리소리마다 바쁜 마음 부녀자 힘들지만 한편으론 재미있다채소 과일 흔할 때에 뒷날을 생각하여 박 호박 얇게 썰어 말리고 오이 가지 짜게 절여겨울에 먹어 보소 귀한 반찬 또 있을까 면화밭 자주 살펴 일찍 익은 목화 피었는가가꾸기도 하려니와 거두기도 달렸느니

 

 

 

8월령: 한가을에 접어드는 8월령에는 백로와 추분이 들어있습니다. 서늘한 아침저녁에 가을이 완연하게 느껴지며, 귀뚜라미의 맑은 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온갖 곡식에 이삭이 패고 무르익습니다. 면화 따러 가는 길에 수수이삭, 콩 가지도 잘라오며, 나무하러 산에 오르면 머루, 다래 같은 산과일과 밤, 대추도 맛볼 수 있습니다. 명주를 가을볕에 잘 말려 천연 염색을 하고, 부모님의 수의도 이때 준비합니다. 면화송이, 고추송이는 마당에 널어 말리고, 지붕 위에 익은 박은 잘라 그릇을 만들고, 싸리나무로 비를 맵니다. 참깨와 들깨를 거두어 타작하고, 담배와 녹두는 팔아서 돈으로 만듭니다.

 

[1]

팔월이라 한가을이니 백로 추분 절기로다 북두성 자루 돌아 서쪽하늘 가리키니 서늘한 아침 저녁 가을이 완연하다 귀뚜라미 맑은 소리 벽 사이에 들리는구나아침에 안개 끼고 밤이면 이슬 내려 백곡은 열매 맺고 만물 결실 재촉하니들 구경 돌아보니 힘들인 보람 나타난다 백곡은 이삭 패고 무르익어 고개 숙이니서쪽 바람에 익는 빛이 누런 구름 일어난다 백설 같은 면화송이 산호 같은 고추송이처마에 널었으니 가을 볕 명랑하다 안팎 마당 닦아 놓고 발채 망태기 장만하고

 

[2]면화 따는 다래끼에 수수 이삭 콩 가지요 나무꾼 돌아올 때 머루 다래 산 과일이로다뒷동산 밤 대추는 아이들 차지구나 아름 모아 말리어서 철 대면 쓰게 하소명주를 끓어 내어 가을 햇볕에 널어 말리고 쪽 들이고 잇 들이니 울긋불긋 하는구나부모님 나이 드시니 수의를 준비하고 나머지는 말려 놓고 자녀의 혼수하세집 위의 익은 박은 긴요한 그릇이라 대싸리 비를 매어 마당질에 쓰오리라참깨 들깨 거둔 뒤에 중오려 타작하고 담배 녹두 팔아다가 필요한 돈 마련하자장 구경도 하려니와 흥정할 것 잊지 마소

 

[3]북어쾌 젓조기로 추석 명절 쇠어 보세 새 술 오려송편 박나물 토란국을성묘를 하고 나서 이웃끼리 나눠 먹세 며느리 말미 받아 친정집 다녀갈 때 개 잡아 삶아 내고 떡상자와 술병이라 초록 장옷 검남빛 치마 차려 입고 다시 보니여름 동안 지친 얼굴 회복이 되었느냐 가을 하늘 밝은 달에 마음놓고 놀고 오소올 할 일 다 못하여 내년 계획 짜봅시다 밀대 베어 더운 갈이 밀과 보리 심어 보세끝끝이 못 익어도 급한 대로 걷고 가소 사람 힘만 그러할까 계절도 그러하니조금도 쉴 틈 없이 마치면 시작이라

 

 

 

9월령: 한로, 상강 절기가 든 9월에는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고, 기러기 떼가 찾아옵니다. 온 산은 단풍으로 물들고, 울 밑에는 노란 국화가 핍니다. 이 시기의 농촌은 추수로 분주합니다. 습한 논은 베어 깔고 마른 논은 메로 두드려 점근벼, 사발벼, 밀따리 대추벼와 경상벼 등을 추수합니다. 들에 수확해 놓은 조, 집 근처에 베어 놓은 콩과 팥 등은 벼 타작을 마친 후에 틈나는 대로 두드려 털어놓습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가을걷이로 바쁜 와중에 여자들은 면화를 틀어 솜을 얻고 기름도 짭니다. 이웃이 함께 힘을 모아 방아도 찧어 먹을 쌀도 장만합니다. 타작하는 자리에는 새우젓, 계란찌게, 배춧국에 무나물, 고춧잎장아찌 등을 반찬으로 맛있는 점심을 먹습니다. 추수하여 곡식이 흔하니 나그네에게 밥을 내어줄 정도로 넉넉한 인심도 느낄 수 있습니다. 겨울을 앞두고 외양간도 돌봅니다.

 

[1]

구월이라 늦가을이니 한로 상강 절기로다 제비는 돌아가고 떼기러기 언제 왔느냐창공에 우는 소리 찬 이슬 재촉한다 온 산 단풍은 연지를 물들이고 울 밑 노란 국화 가을 빛깔 뽐낸다 구구절 좋은 날 꽃부침개로 제사 지내세 절기를 따라가며 조상 은혜 잊지 마소 보기는 좋지만은 추수가 더 급하다 들마당 집마당에 개상에 탯돌이라 습한 논은 베어 깔고 마른 논은 메 두드려 오늘은 점근벼요 내일은 사발벼라 밀따리 대추벼와 동트기 경상벼라

 

[2]들에는 조 피 더미 집 근처 콩 팥 가리 벼 타작 마친 뒤에 틈 나면 두드리세비단조차 이부꾸리 매눈이콩 황부대를 이삭으로 먼저 잘라 종자로 따로 두소젊은이는 태질이요 계집 사람 낫질이라 아이는 소 몰고 늙은이는 섬 싸매기이웃집 힘을 합쳐 제 일 하듯 하는 것이 뒷목 줍기 짚 널기와 마당 끝에 키질하기한쪽에서 면화 트니 씨아 소리 요란하다 틀 차려 기름짜기 이웃끼리 합력하세등유도 하려니와 음식도 맛이 나네

 

[3]밤에는 방아 찧어 밥살을 장만할 때 찬서리 긴긴 밤에 우는 아기 돌아볼까타작 점심 차려 내니 닭국 배갈 없을소냐 새우젓 계란찌게 벌어지게 차려 놓고 배춧국 무나물에 고춧잎 장아찌라 큰 가마로 지은 밥이 태반이나 모자란다추수하여 흔할 때에 나그네도 대접하니 한동네 이웃하여 한들에 농사하니수고도 나눠 하고 없는 것도 서로 도와 이때를 만났으니 즐기기도 같이 하세아무리 바쁘지만 일하는 소 보살펴라 조피대에 살을 찌워 제 공을 갚을지라

 

 

10월령: 10월은 절기상 입동과 소설이 들어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입니다.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 소리가 높아집니다. 농사를 마친 이 시기는 본격적인 겨울준비에 들어가는 달입니다. 밭에서 캐 낸 무와 배추로 김장을 담그고, 집의 벽엔 매흙을 덧발라 바람이 새어들지 못하게 합니다. 쥐구멍을 막고 수숫대로 울타리를 치며, 산에서 해온 땔나무를 쌓아두고, 외양간에도 거적을 쳐 겨울을 대비합니다. 이 시기에 부녀자들의 손은 더욱 바빠집니다. 겨울옷을 짓고 술을 빚고, 떡과 꿀을 섞어 단자를 만들고 메밀로 국수를 만듭니다. 추수를 끝낸 기념으로 들 마당에 천막을 치고 동네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풍물패를 불러 여흥을 즐기기도 합니다.

 

[1]

시월은 초겨울이니 입동 소설 절기로다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 소리 높이 난다 듣거라 아이들아 농사일 끝났구나 남의 일 생각하여 집안 일 먼저 하세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 냇물에 깨끗이 씻어 소금 간 맞게 하소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조기 김치 장아찌라 독 옆에 중두리요 바탱이 항아리라 양지에 움막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 장다리 무 아람 한 말 수월찮게 간수하소 방고래 청소하고 바람벽 매흙 바르기 창호도 발라 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 수숫대로 울타리 치고 외양간에 거적 치고 깍짓동 묶어 세우고 땔나무 쌓아 두소 우리 집 부녀들아 겨울옷 지었느냐 술 빚고 떡하여라 강신날 가까웠다 꿀 꺾어 단자하고 메밀 찧어 국수 하소 소 잡고 돼지 잡으니 음식이 널렸구나

 

[2]들 마당에 천막 치고 동네 사람 모여 앉아 노소 차례 틀릴세라 남녀 분별 따로 하소풍물패 불러오니 광대가 줄무지라 북 치고 피리 부니 솜씨가 제법이구나이풍헌 김첨지는 잔소리 끝에 취해 쓰러지고 최권농 강약정은 체괄이 춤을 춘다잔 들어 올릴 때에 동장님 높이 앉아 잔 받고 하는 말씀 자세히 들어 보소어와 오늘 놀음 이 놀음 뉘 덕인가 하늘 은혜 그지없고 임금 은혜 끝이 없다다행히 풍년 만나 굶주림을 벗어났구나 향약은 아니라도 마을 규약 없을소냐효제 충신 대강 알아 도리를 잃지 마소

 

[3]사람의 자식 되어 부모 은혜 모를소냐 자식을 길러 보면 그제야 깨달으리온갖 고생 길러 내어 결혼을 시켰는데 제 혼자만 생각하여 부모 봉양 잊을소냐기운이 없어지면 바라느니 젊은이라 옷 음식 잠자리를 정성껏 살펴 드려어쩌다가 병 나실까 밤낮으로 잊지 마소 섭섭한 마음으로 걱정을 하실 때에삐죽거려 대답 말고 좋은 얼굴 하여 보소 들어온 지어미는 남편의 행동 보아그대로 따라 하니 보는 데 조심하소 형제는 한 기운이 두 몸에 나눴으니귀중하고 사랑함이 부모의 다음이라 간격 없이 합치고 네 것 내 것 따지지 마소남남끼리 모인 동서 틈나서 하는 말을 귀에 담아 듣지 마소 자연히 따르리니

 

 

[4]몸가짐에 먼저 할 일 공손함이 첫째이니 내 부모만 공경하고 남의 어른 다를소냐말씀을 조심하여 인사를 잃지 마소 하물며 위아래 도리 높낮음이 분명하다 내 도리 다하면 잘못 짓지 않으리니 임금의 백성되어 은덕으로 살아가니거미 같은 우리 백성 무엇으로 갚아 볼까 갚아야 될 환곡이 그 무엇 많다 할꼬기한 전에 바쳐야 사람 구실 한 것이라 하물며 전답 세금 토지따라 나눠 내니생산량을 생각하면 십일세도 못 되나니 그러나 굶주리면 재해로 줄여 주니이런 일 잘 알면 세금 내기 거부할까

 

[5]한 동네 몇 집에 여러 성씨 모여 사니 서로 믿지 아니하면 화목할 수 없으니결혼을 서로 돕고 장례를 보살피며 어려울 때 도와 주고 필요할 때 꾸어 주어나보다 잘 사는 이 욕심 내어 시비 말고 그중에도 외로운 이 특별히 구휼하소정해진 자기 복 억지로 못 바꾸니 자네들 분수 알고 내 말을 잊지 마소이대로 살아가면 딴 생각 아니 나리 주색잡기 하는 사람 처음부터 그랬을까우연히 잘 못 들어 한 번 하고 두 번 하면 마음이 방탕하여 그칠 줄 모르나니자네들 조심하여 적은 허물 짓지 마소

 

 

 

11월령: 큰 눈이 내린다는 대설, 밤이 제일 긴 동지가 든 11월은 한겨울입니다. 바람이 불고 서리가 치며 눈이 오고 얼음이 업니다. 여자들은 메주를 만들어 겨우내 띄우고, 동지낫에는 팥죽을 쑤어 이웃과 나누어 먹습니다. 농사일이 없어 한가해진 농가는 물레를 돌려 실을 만들고 베틀로 옷감을 짜는 길쌈으로 긴 겨울밤을 보냅니다. 아이들은 글을 배우고, 아이들은 추운 겨울에도 뛰어놀며, 늙은이는 짚으로 돗자리를 매고, 외양간도 돌봅니다.

 

[1]

십일월은 한겨울이라 대설 동지 절기로다 바람 불고 서리 치고 눈 오고 얼음 언다 가을에 거둔 곡식 얼마나 되었던가 몇 섬은 환곡 갚고 몇 섬은 세금 내고 얼마는 제사 지내고 얼마는 씨앗 하고 도지도 되어 내고 품값도 갚으리라꾼 돈 꾼 벼를 낱낱이 갚고 나니 많은 듯하던 것이 남은 것 거의 없다 그러한들 어찌할꼬 양식이나 아껴 보자 콩기름 우거지로 죽이라도 다행이다 여자들아 네 할일이 메주 쓸 일 남았구나 익게 삶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 두소 동지는 좋은 날이라 양(陽)이 생기기 시작하는구나 특별히 팥죽 쑤어 이웃과 즐기리라새 달력 널리 펴니 내년 절기 어떠한가

 

[2]해 짧아 덧이 없고 밤 길기 지리하다 공채 사채 다 갚으니 관리 면임 아니 온다사립문 닫았으니 초가집이 한가하다 짧은 해 저녁되니 자연히 틈 없나니등잔불 긴긴 밤에 길쌈을 힘써 하소 베틀 곁에 물레 놓고 틀고 타고 잣고 짜네자란 아이 글 배우고 어린아이 노는 소리 여러 소리 재잘거림이 집안이 재미구나 늙은이 일 없으니 돗자리나 매어 보세 외양간 살펴보아 여물을 가끔 주소짚 넣어 만든 두엄 자주 쳐야 모이나니

 

 

 

12월령: 1년 중 가장 춥다는 소한과 대한이 늦겨울인 12월에 찾아옵니다. 집안 여인들은 새 옷을 장만하고 무명, 명주를 끊어 내어 갖가지 색깔을 들입니다. 곧 다가올 설을 대비해 떡쌀과 술쌀을 담그고, 콩을 갈아 두부도 만듭니다. 메밀쌀로 만두 빚고 장도 봅니다. 깨강정, 콩강정, 곶감, 대추, 생밤을 마련하고, 집에서 담근 술로 설을 준비하는 동안 아이들은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며 덫을 묻어 꿩을 잡고 그물을 쳐서 참새를 잡으며 겨울놀이를 즐겼습니다.

 

[1]

십이월은 늦겨울이라 소한 대한 절기로다 눈 덮힌 산봉우리 해 저문 빛이로다새해 전에 남은 날이 얼마나 걸렸는가 집안 여인들은 새 옷을 장만하고 무명 명주 끊어 내어 온갖 색깔 들여 내니 짙은 빨강 보라 엷은 노랑 파랑 짙은 초록 옥색이라 한편으로 다듬으며 한편으로 지어 내니 상자에도 가득하고 횃대에도 걸었도다 입을 것 그만하고 음식장만 하오리라 떡쌀은 몇 말이며 술쌀은 몇 말인고 콩 갈아 두부하고 메밀쌀 만두 빚소 설날 고기는 계에서 나오고 북어는 장에 가서 납평일에 덫을 묻어 잡은 꿩 몇 마린가 아이들 그물 쳐서 참새도 지져 먹세깨 강정 콩 강정에 곶감 대추 생밤이라 술동이에 술 들이니 돌 틈에 샘물 소리앞뒷집 떡 치는 소리 예서 제서 들리네 새 등잔 세발 심지 불을 켜고 새울 때에윗방 봉당 부엌까지 곳곳이 떠들썩하다 초롱불 오락가락 묵은 세배 하는구나

 

[2]어와 내 말 듣소 농업이 어떠한고 일 년 내내 힘들지만 그 가운데 즐거움 있네위로 나라를 받들고 아래로 부모를 봉양하니형제 처자 혼인 장례 먹고 쓰고 하는 것을농사 짓지 아니하면 돈 감당 누가할까예로부터 이른 말이 농업이 근본이라 배 부려 일을 삼고 말 부려 장사하기전당 잡고 돈 꿔주기 장날에 이자 놓기 술장사 떡장사며 주막차리고 가게 보기 아직은 잘살지만 한 번을 실수하면 거지 빚쟁이 살던 곳 남은 자취도 없다

 

[3]농사는 믿는 것이 내 몸에 달렸느니 계절도 가고 오고 농사도 풍흉 있어홍수 가뭄 바람 우박 없기야 하랴마는 열심히 힘을 쏟아 온 가족이 한마음 되면아무리 흉년이라도 굶어 죽지 않으리니 내 고향 내가 지키고 떠날 뜻 두지 마소하늘은 너그러워 화를 냄도 잠깐이로다 자네도 헤아려 십 년을 내다보면칠분은 풍년이요 삼분은 흉년이라 갖가지 생각 말고 농업에 오로지 하소하소정 빈풍시를 성인이 지었는데 이 뜻을 본받아서 대강을 기록하니이 글을 자세히 보아 힘쓰기를 바라노라

[출처] 농가월령가 [음력 기준입니다]

'기타 > 어쩌구 저쩌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그림  (0) 2011.11.05
농가월령도  (0) 2011.11.05
가을이네  (0) 2011.11.03
자연의 소리가 있어 고요한 칠봉산  (0) 2011.11.02
세계최강 배달 민족의 후손  (0) 2011.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