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이 보낸 첨병들인
차갑고 시린 바람들이
청자빛 하늘로 낙엽들을 날려 보낸다
아니 휘이잉~ 음산한 소리를 내며
창공으로 뿌려 버린다
이들의 기세에 눌려
여름에 그 서슬퍼렇던 나무들도
동장군의 첨병이 휘둘러되는 매서운 북풍에
혼비백산하여 스스로 비무장한다
한잎 한잎 속옷까지 벗고
난 보시다시피 무기가 없는 알몸이외다
알몸으로 항복을 표시하려나 보다
개구리와 뱀은 아예 땅속으로 도망가 버렸다
이제 우리는 한걸음 한걸음
두려운 동장군을 맞으려 걸어 가고 있다
싸늘한 흰눈이 있는 동장군과의 전투장인 백설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그토록 붐볐던 농장에도 동네 들판에도
모두가 옷을 벗는다 집단 투항이다
자연은 옷을 벗건만
농장주는 내복을 더 껴 입고
동장군의 첨병들인 차가운 바람만 있는
농장에 홀로서서
옷을 벗는 나무들을
애처로이 바라보고 있다
동장군이
한손에는 얼음과 한손에는 눈을 들고
새벽을 틈타 은밀하게 한걸음 한걸음 소리없이 진군해 오고 있다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지난해 전투에서는 장작이 모자라 굴복했으나
이번에는 울분에 떠는 나무들이 스스로 자결하여 장작으로 되어 복수를 부탁하거늘
이번 싸움판은 살신성인의 10만개의 장작을 쌓아두었으니
내복을 갑옷 삼아 털 모자를 투구 삼아
한손에는 불과 한손에는 장작으로,
한판 오지게 붙어 보련다
아~아~
얼마나 많은 칠봉의 나무들이 두려움에 떨며
알몸으로 항복을 하였던가
이 수치와 울분에 못이겨 스스로 장작이 된 뜻있는 칠봉의 나무들이여!
나 읍참마속 심정으로 그대들의 몸을 태워 불과 열기를 얻어
동장군을 참하리라
필사즉생 필생즉사 정신으로
내 그대들의 죽음을 결코 헛되이 하지 않을 것이니
비록 한줌의 재로 하늘로 날라가더라도
그대들의 살신성인의 정신은 만고에 빛나리라
이제야 갚으리 작년의 패배를!
둥둥둥둥
오라! 동장군이여
내 기필코 너를 요절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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