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牛生馬死(우생마사)

칠봉인 2013. 2. 9. 12:37

牛生馬死(우생마사)

[소는 살고 말은 죽는다]

 

 

집에서 키우는 가축이라고 하면 육축(六畜)을 꼽는다.

소, 말, 돼지, 양, 개, 닭이다. 육축 가운데 제일 앞에 꼽는 동물이 소이고

그다음에 말이다. 소와 말은 고기를 먹지 않고 풀을 먹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두 가축의 성질은 전혀 다르다. 소는 느리고, 말은 빠르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우보'(牛步)라고 하면

천천히 느리게 걷는 걸음을 일컫는 표현이다.

느리지만 힘이 좋기 때문에 논과 밭을 가는 농사일에 적격이었다.

동아시아는 쌀농사 문화권인데, 소가 없으면 농사짓기 힘들다.

쌀농사와 소는 떼놓을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이다.

반면에 말은 빠르기 때문에 전쟁터에서 활약한다.

하루에 천리를 간다는 한혈마(汗血馬)는 고대사회에서

전투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었다.

소는 농사를 짓지만, 말은 전투를 하는 가축이었던 것이다.

오행(五行)에서 놓고 보자면 소는 축(丑)이고,
물이 축축한 토(土)에 해당한다.

팔자에 축(丑)이 많으면 영험한 꿈을 잘 꾸고, 기도를 조금만 해도 기도발이

잘 받는 경향이 있다. 종교적인 성향인 것이다. 말은 오(午)인데 화(火)에 해당한다.

낮 12시 무렵이기도 하다. 팔자에 오(午)가 많으면 활달하고 시원시원하면서 통도 크다.

불이 많은 사람은 추진력도 좋고, 돈을 잘 쓰기 때문에 이성에게도 인기가 좋다.

소와 말이 결정적으로 갈라지는 계기는 홍수가 났을 때이다.

우생마사(牛生馬死)이다.

홍수가 나서 급류에 두 동물이 빠지면 소는 살고 말은 죽는다고 한다.

말은 빠르고 적극적으로 달리던 성질이 있으므로 물살에 저항하며

필사적으로 다리를 휘젓는다. 그러다가 결국 힘이 빠지면 죽는다.

반대로 소는 느리고 소극적이다. 흘러가는 급류에 자기 몸을 맡겨 버리는 습성이 있다.

'에라 모르겠다. 떠내려가는 데로 그냥 몸을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몸이 물에 둥둥 떠서 내려가다가 뭍에 이르면 목숨을 부지한다는 것이다.

 

삶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의 급류를 만나 떠내려갈 때는

'우생마사'의 이치를 자꾸 머릿속에 떠 올려야 할 것 같다.

우선 살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제주도 서귀포에서 올레 길을

걷다가 만난 어느 중소기업 사장에게서 들은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