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어쩌구 저쩌구

황새냉이

칠봉인 2011. 5. 8. 22:55

재래시장 입구에 봄이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개다리 소반에 노지에서 갓 따온

황새냉이와 박구재미,  달래 등이 한데

뒤섞여도

자식 알아보듯 냉이만 골라내어 다듬고

있는 할머니

무표정하게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로

자릿세를 받으러 온 봄볕만 몇 차례 눈길을

줍니다

먼데서 완행열차를 타고 왔다는 할머니가

시금치와 상추를 그 옆에 풀어 놓습니다

푸른 봄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좌판에 나란히 앉아 긴 생 돌아온 골목길의

오랜 적막을 묻습니다

그 사이를 비집고

누이와 황새냉이를 한 바구니씩 캐던

어린 시절이 끼어듭니다

손수건에 싸온 밥은 내게 내밀고

풋것을 캐먹으며 허기를 달래던 누이의

푸른 입술도 데려오는 봄은 때론

눈물입니다

할머니가 아직은 덜 익은 햇살을 뚝, 따서

  냉이가 담긴 비닐봉지 안에 덤으로

얹어줍니다

       비닐봉지를 열자

매운  바닥을 견뎌낸 황새냉이의 향기

소쩍새와 쑥꾹새 울음소리에 기대어

서쪽 하늘을 털어내던 푸른 누이가

코끝으로 스며듭니다

머지않아 할머니를 태우고 온 완행열차가

  누이를 데리고 먼 마을로 떠나면

좌판에 깔아두었던 하루가 왈칵 쏟아져

내리겠지요

   냉잇국이 올라오는 오늘 저녁은

누이의 얼굴 같은 달이 핑계 좋게 뜰 것도

같습니다                                                                        -양현근

 

 

칠봉관광농장의 퀴즈

Q: 상기 시에서 등장하는 새는 몇 종류의 몇 마리인가?

Q:상기 시에 나오는  봄채소 종류와 이것들에 맞는 조리법을 20자 이내로 간략히 피력 하시오

Q:개다리 소반과 노지의 원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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