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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호날두는 왜 메시를 넘지 못할까

칠봉인 2015. 5. 25. 23:29


'하늘은 주유를 낳고 왜 또 제갈량을 낳았단 말인가.' 소설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주유의 탄식이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를 질투하던 살리에르의 관계도 비슷하다. 실제 역사와는 거리가 있지만, 흔히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도 더 뛰어난 라이벌의 존재로 이하여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2인자의 비애를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대상들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주유이고 살리에르라면, 그에게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바로 제갈량이고 모차르트같은 존재다. 두 사람 다 이 시대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고 있지만 호날두에게는 메시와 동시대를 산다는 것이 어쩌면 가장 큰 불행일지도 모른다.






호날두의 레알은 최근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유벤투스에 패하여 탈락했다. 이미 코파 델레이 탈락에 이어 라 리가에서도 라이벌 바르셀로나에 밀려나 자력 우승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챔피언스리그마저 놓친 레알은 올시즌을 빈 손으로 마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교롭게도 라이벌 바르셀로나는 리그와 코파델레이에 이어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결승에 진출하여 '트레블'까지 넘보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항상 일등주의만을 표방하는 레알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굴욕이다.


성적 부진에는 결국 책임을 져야할 대상이 필요하다. 사령탑인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경질설이 나오는 가운데, 비판의 중심은 팀의 에이스인 호날두에게도 향하고 있다. 사실 호날두는 올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라 리가에서 무려 42골을 넣으며 득점 선두에 올라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10골을 터뜨리며 엄청난 득점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팀이 무관에 그치면서 호날두가 올시즌 기록한 그 많은 골의 가치도 빛이 바래는 상황이다.


올시즌 상반기만 해도 호날두와 레알은 모두 승승장구했다. 호날두는 월드컵에서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즌 레알의 통산 10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라 데시마)과 득점왕 타이틀을 휩쓸며 라이벌 메시를 제치고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까지 차지했다.


레알은 호날두의 가공할 득점행진에 힘입어 지난해 연말까지 연승행진을 달리기도 했다. 그야말로 당시의 호날두는 득점에 관한 역사상 모든 기록을 갈아치울 기세였다. 이때만 해도 호날두가 드디어 메시의 그늘을 벗어나 1인자로 올라섰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2015년들어 상황이 점차 뒤바뀌었다. 레알은 기복심한 행보를 드러내며 주춤했고 호날두의 득점행진에도 한동안 제동이 걸렸다. 그 사이에 전반기 다소 주춤한 페이스를 보이던 메시가 엄청난 뒷심을 선보이며 호날두와의 격차를 좁혔다. 메시는 리그 40골을 기록하며 호날두를 단 2골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10골도 공동 선두에 올라있으나 호날두의 레알이 이미 준결승에서 탈락하며 결승전이 남아있는 메시의 득점왕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우승컵이다. 올시즌 3관왕을 노리는 바르셀로나에 비하여 레알은 빈 손이다. 여기에서 메시와 호날두의 명암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호날두가 맨유를 떠나 레알에 입단한 2009년 이후 두 선수의 라이벌 구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레알과 바르셀로나는 매년 라 리가-코파 델레이-챔피언스리그 등 각종 우승컵을 양분해왔다. 그러나 통산 우승횟수로 따지면 메시의 바르샤가 압도적으로 앞서는게 사실이다. 만일 호날두가 전 소속팀인 맨유 시절 우승기록을 합친다면 메시에 뒤지지 않지만, 같은 스페인 무대에서 활약한 기간만 계산한다면 메시의 완승이다. 특히 레알은 호날두가 입단한 이후 지난 6년간 리그 우승은 고작 1차례뿐이지만, 메시의 바르셀로나는 올해를 제외하고도 리그에서만 벌써 4번이나 우승했다.


많은 이들은 올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레알과 바르셀로나가 만나는 '엘 클라시코' 더비를 기대했다. 그러나 레알이 4강에서 유벤투스에 탈락하며 두 선수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맞대결은 또다시 무산됐다. 두 선수가 챔스 결승무대에서 마주친 것은 호날두가 맨유 시절이던 2008~2009시즌이 유일하고 당시는 메시의 바르샤가 2-0으로 완승한바 있다. 2010-11시즌 준결승에서도 호날두의 레알은 바르셀로나에 패배했다. 메시는 호날두를 이긴 시즌에 모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메시와 호날두의 평가가 엇갈리는 부분은 플레이스타일과 성격적인 차이에서도 드러난다. 메시가 뛰어난 득점력 못지않게 연계플레이도 강하고 동료들을 살려주는 이타적인 성향까지 갖춘 것에 비하여, 호날두는 지나치게 득점에만 집착하는 이기적인 모습과 큰 경기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호날두가 시즌 후반기들어 득점행진이 주춤하면서 그의 리더십과 효율성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다시 늘어났다. 호날두는 직접 프리킥과 PK 등 팀의 득점찬스를 독점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가레스 베일처럼 프리킥과 득점에 능한 다른 자원들이 호날두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않는 이유다.


지난 유벤투스와의 준결승 등 중요한 경기에서 호날두는 찬스를 놓치거나 동료들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않을때마다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이는 장면이 잦았다. 호날두의 지나친 득점 욕심이 오히려 레알을 갈수록 호날두에 의존하는 팀으로 만드는 부작용도 만만치않다는 평가다. 호날두-베일-벤제마로 이어지는 레알의 막강 'BBC' 라인이 엄청난 개인기록에도 불구하고 수비 조직력이 뛰어난 강팀을 상대로는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끊이지 않았다.


반면 메시는 호날두와 치열한 득점왕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서도 동료에게 PK 찬스를 양보하는 등 에이스답지 않은 이타적인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바이에른 뮌헨과의 4강 1차전에서 환상적인 개인기로 연속 득점을 만들어내는 등, 큰 경기에서 빛을 발하는 스타 본능도 여전하다. 메시와 함께 흔히 'MSN 트리오'로 불리우는 수아레스-네이마르와도 협력과 존중을 바탕으로 공존하면서 팀 전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모두 출중한 능력과 한 팀의 에이스가 될 자질을 갖춘 선수들이지만, 개인기록에만 집착하지 않은 선수들이기에 공존이 가능했다.


호날두와 메시의 경쟁은 그들이 선수생활을 끝날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라이벌이라고 해도 이들의 경쟁은 언제나 메시가 반걸음 앞서가고있는 모양새다. 호날두는 여전히 한 시즌 40~50골을 넣어줄수있는 공격수지만 레알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가며 호날두을 영입하면서 기대하는건 개인 기록보다 더 많은 우승트로피였다. 에이스로서 '골만 잘넣는' 호날두에 비하여, '모든 것에 능한' 메시와의 차이가 갈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출처 : 일생에 단 한번, 아주 특별한 순간
글쓴이 : 구사일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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