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어쩌구 저쩌구

부러운 양녕대군

칠봉인 2020. 7. 13. 14:52

양녕대군의 말을 들은 그녀는 한숨을 쉬며
결국 그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였고,
양녕대군은 크게 기뻐하며 그녀와 동침을 하였다고 한다.
역시나 정향과의 동침은 마치 선녀와의 하룻밤처럼 달콤하고 황홀하였다.

이후에도 대군은 밤마다 그녀를 찾아왔고,
그녀와 남몰래 나누는 애정이 꿀 같이 달고,
그녀의 온갖 교태가 대군의 마음을 기쁘게 하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게 형을 생각하는 세종이
꾸민 일임을 까맣게 모르는 양녕대군이었다.

대군은 날로 그녀에게 빠져들어 이미 10여 일이 된 줄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때는 봄과 여름이 교차하는 계절이 되었고,
양녕대군은 다음날 성천으로 떠나야 하는 상황이되어
마음먹고 정향에게 사실을 말하였다.



이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이렇게 답하였다.
"대감께서 돌아가시는 날 소첩은 서울로 따라가서
밥 짓고 물 긷는 여비가 되어 일생을 마치겠습니다."
그러나 동생과의 한 약조를 어길 수 없었던 양녕은 이를 거절하였고,
정향은 흐느껴 울며 정인의 표시로 자신의 치마폭에
시조를 남겨 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그녀의 부탁에 양녕대군은 이별의 슬픔을 담은 시
九難歌를 그녀의 치마폭에 써 주고는 한양을 향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었다.



留別丁香九難歌
難難.
爾難我難.
我留難爾送難.
爾南來難 我北去難.
空山夢尋難 塞外書寄難.
長相思一忘難 今相分再會難.
明朝將別此夜難 一盃永訣此酒難.
我能禁泣眼無淚難 爾能堪歌聲不咽難.
誰云蜀道難於乘天難 不如今日一時難又難.

정향과 헤어질려니 아홉가지가 어렵구나
어렵고 어렵구나.
너도 어렵고 나도 어렵구나.
나는 머물기 어렵고 너는 보내기 어렵구나.
너는 남으로 오기 어렵고 나는 북으로 가기 어렵구나.
공산(空山)에 꿈 이루기 어렵고 변방에 소식 전하기도 어렵구나.
임 생각 잊을 일이 어렵고 오늘 헤어지면 다시 만나기도 어렵겠구나.
내일이면 이별이니 이 밤 지내기 어렵고 한잔이면 이별이니 이 술 들기도 어렵구나.
내 울지 않아도 눈물 금키 어렵고 네 노랫소리 목메이지 않기도 어렵구나.
뉘라서 촉도길이 하늘 오르기보다 어렵다 하더냐.

그보다도 오늘 이별이 더 어렵고 또 어렵구나.



한양에 당도하자 세종은 양녕에게 큰 연회를 베풀었으나,
정향을 잊지 못한 그는 떠들썩한 연회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 양녕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던 세종은,
비밀리에 정향을 한양으로 불러 대기시켜 놓고는
기생들에게 양녕대군의 시를 노래하게 하였다.
시조를 들은 양녕대군은 어리둥절하였고
세종은 그간의 사연을 이야기해 주었다.

모든 얘기를 들은 양녕대군은 정향과 세종에게 속은 것을 생각하며
한바탕 호탕하게 웃은 후, 아름답게 치장하고

그를 기다리는 정향과 감격의 재회를 하였다.
이렇게 하여 양녕대군은 세종의 배려로 사랑하는 여인

정향과 함께 자식을 낳으며 백년해로 하였다고 한다.



임금이 될 운명으로 태어났으나 동생에게 왕위를 양보한

양녕대군, 그러나 임금이 되어 백성을 다스린 세종보다
사랑하는 한 여인의 남자로, 풍류를 즐길줄 아는 선비로
한 세상 살다간 그의 삶이 어쩌면 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기타 > 어쩌구 저쩌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잼난광고 ㅎㅎ  (0) 2020.07.19
성추행을 보면서  (0) 2020.07.17
3대가 웃기는 집안  (0) 2020.07.13
일본여자는 팬티를 입지 않는다  (0) 2020.07.06
- 순발력 테스트/치매 -  (0) 2020.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