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남의 이유
까만 색연필로
긴 선하나 가로 지른다
까맣고 반짝이는 점의 선
어디 하나 흐트러짐 없는 개미들의 행렬
어느 한 놈 삐져나오는 법이 없다
개미 집 하나에
수백만이 산다는데
개미의 세상에는
삐딱한 놈 하나가 정말 없는 걸까
어쩌면 난
개미 세상에서 쫓겨난
유일한 삐딱한 개미였지 싶다
느티나무 아래를 한참이나 지나
작은 돌 틈 사이로 이어지는 정교한 행렬
쫓겨남이 마땅했을 예전의 개미는
돌멩이 하나로
넘을 수 없는 장애물을 만들어 본다
앙갚음의 장애물 앞에서 맴도는 녀석들
흐트러진 대열이 통쾌하다
몇몇 개미가 용하게도 탐색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멩이를 돌아가는
새로운 녀석들의 길이 만들어 진다
막연히 그저 앞 녀석만 따라 가는 게 아닌가보다
한 놈 한 놈 저마다 새로운 길을 만들며 가는 것인가 보다
삐딱해서 쫓겨난 것이 아닌가보다
같이 가야 할 목적지를 내가 잊은 까닭 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출처 : 저물녘에 떠나는 詩 찾기 여행
글쓴이 : ^뒤집힌참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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