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어쩌구 저쩌구

[스크랩] 쫓겨남의 이유

칠봉인 2012. 6. 28. 11:40

 

쫓겨남의 이유

 

 

까만 색연필로

긴 선하나 가로 지른다

까맣고 반짝이는 점의 선

어디 하나 흐트러짐 없는 개미들의 행렬

어느 한 놈 삐져나오는 법이 없다

 

개미 집 하나에

수백만이 산다는데

개미의 세상에는

삐딱한 놈 하나가 정말 없는 걸까

 

어쩌면 난

개미 세상에서 쫓겨난

유일한 삐딱한 개미였지 싶다

 

느티나무 아래를 한참이나 지나

작은 돌 틈 사이로 이어지는 정교한 행렬

 

쫓겨남이 마땅했을 예전의 개미는

돌멩이 하나로

넘을 수 없는 장애물을 만들어 본다

 

앙갚음의 장애물 앞에서 맴도는 녀석들

흐트러진 대열이 통쾌하다

 

몇몇 개미가 용하게도 탐색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멩이를 돌아가는

새로운 녀석들의 길이 만들어 진다

 

막연히 그저 앞 녀석만 따라 가는 게 아닌가보다

한 놈 한 놈 저마다 새로운 길을 만들며 가는 것인가 보다

 

삐딱해서 쫓겨난 것이 아닌가보다

같이 가야 할 목적지를 내가 잊은 까닭 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출처 : 저물녘에 떠나는 詩 찾기 여행
글쓴이 : ^뒤집힌참새^ 원글보기
메모 :

'기타 > 어쩌구 저쩌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자가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이유.   (0) 2012.06.28
굳세어라 금순아   (0) 2012.06.28
칠봉대전  (0) 2012.06.26
고구마 밭을 작살낸 멧돼지  (0) 2012.06.26
공무원과 어느 농부의 대화  (0) 2012.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