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의 불산 누출 사고를 보며 불산에 대해 알아보자
플루오린화수소산-불산(弗酸)
가난한 약사였던 스웨덴 화학자 카를 셀레는 변변한 실험기구도 없이
산소·질소부터 바륨·망간까지 여덟 가지 원소를 발견해냈다.
염소를 표백제로 쓰는 방법 같은 실용적 기술도 많이 개발했다.
그는 수은이건 사이안산(청산)이건 실험 물질을 반드시 입으로
맛봐야 직성이 풀리는 괴짜였다.
셀레는 1786년 마흔네 살에 실험대 앞에서 죽었다.
그가 찾아낸 8개 원소 가운데 하나가 플루오린, 불소(弗素)다.
불소는 자연 상태에선 항상 다른 원소들과 결합해 다양한 화합물을 이룬다.
그래서 셀레 이후 많은 과학자가 불소를 원소 상태로 분리해내는 실험을
하다 불소가 뿜어내는 강력한 독성에 몸이 상하거나 눈이 멀거나 죽었다.
과학계에선 그 희생자들을 '불소 순교자'라 부른다.
1886년 프랑스 화학자 앙리 무아상이 전기분해를 이용해
불소를 처음 안전하게 분리해 노벨상을 받았다.
불소 원소는 유독하지만 불소 화합물은 제어만 잘하면 쓰임새가 많다.
항우울제 프로작을 비롯해 지난 50년간 상품화된 신약의 10%가
불소 화합물이다. 제초제·살충제·살균제에도 들어가고
고어텍스 같은 기능성 섬유, 주방기구 코팅에도 쓰인다.
충치를 예방하려고 수돗물과 치약에 불소 화합물을 첨가하는 나라도 적지 않다.
그 불소가 수소와 결합하면 불화수소(HF), 불화수소를
물에 녹이면 불산(弗酸)이 된다.
산도(酸度) 기준으론 약산(弱酸)으로 분류되지만 피부나 체내에
흡수되면 염산이나 황산을 뒤집어쓰는 것보다 위험할 수 있다.
불산이 피나 세포조직에 들어가면 불소 성분이 칼슘·마그네슘과
결합해 물에 녹지 않는 화합물을 만든다.
체내에 미세한 돌가루가 쌓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반응이 반복되면 뼈 조직이 망가지고 생리 메커니즘이 깨져
호흡곤란·심장부정맥을 부를 수 있다.
한번 뼛속에 침투한 불소 화합물은 길게는 20년이나
남아 있게 된다는 보고도 있다.
그런 불산을 생산해 반도체·LCD 기업에 납품하는 경북 구미
화공업체에서 불화수소가 누출돼 사람과 가축·농작물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사고가 나면 당연히 인명 구조와 독성 중화작업, 잔류 오염도
조사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당국이 느슨하게
대처하는 바람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기 힘든 상황이 되고 말았다.
1984년 인도 보팔 살충제공장에서 유독가스가 새 나와 2800명이 죽고
20만명이 중독됐다. 생존자 대부분은 지금도 실명, 호흡기 장애,
중추신경계와 면역체계 이상으로 고통받고 있다.
구미 불산 사고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당국이 뒤늦게라도 깨달았나 모르겠다.
- 조선일보 만물상 -
불산은 인간이 내 뿜는 방귀와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독하다 하니
더 이상 무얼 말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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