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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세 이시영박사가 40대로 사는법

칠봉인 2015. 9. 11. 21:23

81세 이시영박사가 40대로 사는법


너무 열심히 살지 마세요. 천천히 살아도 충분합니다.        
 
                                 이시형 박사

"어서오세요. 오느라 수고 많았어요." 오전 9시30분,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세로토닌 문화원으로 '81세인데 40세 같다'는 이시형 박사를 찾았다.

밖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넓은 창 앞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책을 읽던

 그는 기자를 발견하곤 환히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81세라는 말만 듣고

지레짐작했던 것과 달리 그는 주름, 기미 하나 없고 어깨와 팔이 건실한 모습이었다.

경외감이 들어 결례인 줄 알면서도 한참이나 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웃고있는 이시형 박사

매일 새벽 4시30분에 기상, 30년간 감기 한 번 안 걸려

매일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고 저녁 9시 이후에 귀가한다. 강연을 일주일에

 3~4회 하고, 1~2회는 강원도 홍천의 힐리언스 선마을로 간다. 대경대학교,

서울사이버대학 석좌교수로 있으며 한국청소년희망재단 이사장,

자연의학종합연구원 원장이다. 신문, 잡지, 방송도 주당 3~4회 소화하고,

각종 문화행사와 문화·역사 기행도 진행한다. 81세, 사회에서 '노년층'으로

분류되는 나이에도 그는 활력이 넘친다.

 

1934년생 맞으세요? 전혀 그렇게 안 보이세요.
"하하, 그런 말 많이 들어요. 나이를 아는 사람들도 여든 노인으로 생각하지

 않는걸요. 58년 개띠라고 능청을 떨어도 웃지 않는 사람이 많아요.

 진짜인 줄 알기 때문이죠."

 

정말 건강해 보이세요. 실제로도 건강하십니까?
"30년간 몸살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어요. 제 심장, 치아 등의 검사

결과를 보고 의사들이 건강 나이가 30~40대래요. 최근 건강검진은 하지

않아서 몇 년 전에 결과를 말씀드릴게요. 혈압 123/68mmHg(기준치 140/90mmHg),

좋은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HDL은 57mg/dL(기준치 35~80mg/dL),

나쁜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LDL은 71mg/dL(기준치 77~135mg/dL)입니다.

간, 콩팥, 혈관 등의 신체 기관도 건강하다는 판정을 받았죠. 지금도 하루 12시간

넘게 무거운 일과를 해치워요."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세요?
"올바른 생활습관 덕이죠. 건강은 평소 생활습관을 잘 유지해서 지키는 겁니다.

생활습관을 잘 유지하면 몸의 방어체력이 강해져서 생활습관병을 예방·치료할

수 있거든요. 병에 걸렸을 때 병원에 가서 의사와 상담을 하고 약을 처방받으면

낫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이건 완치에 이르는 방법이 아니죠.

생활습관 개선 없이 약물이나 치료에만 의존하면 오히려 병이 커지고 만성화될

위험이 있어요".

 
                  이야기 하고 있는 이시형 박사

당근 2개, 사과 1개, 견과류, 요거트가 아침식사

평소 생활습관이 궁금합니다.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시나요?
"새벽 4시30분에서 5시 사이에 일어나요. 침대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자리

밖으로 나오죠. 아침식사로 당근 2개와 사과 1개를 갈아 만든 주스를 마셔요.

유산균 섭취를 위해 꿀이나 견과류를 섞은 요거트도 먹죠. 그리고 집을 나섭니다.

지금은 세로토닌 문화원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니까, 여기로 출근을 해요.

오전 6시쯤 되죠. 이때부터 오전 10시까지는 내 시간이에요. 책도 쓰고

공부도 하고 강의 준비도 해요. 제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매일 생기는

아침의 자유 시간 4시간 덕입니다.

그리고 점심식사를 해요. 식당에 가면 인공조미료를 넣지 않고 싱겁게

 만들어 달라고 주문합니다. 종류는 가리지 않아요. 아무거나 다 잘 먹습니다.

 점심을 먹고 난 뒤에는 직원들과 30분 이상 산책을 해요. 그리고 사무실로

돌아와서는 차 한 잔을 마시고 15분~20분 동안 낮잠을 자죠. 일어나서

출출할 때는 간단한 과자 등의 간식을 먹어요. 건물 10층 정도를 오르내릴 때는

승강기 대신 계단을 이용합니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

명상도 자주 해요. 저녁식사는 대부분 밖에서 사람들과 해결하는데,

이때도 메뉴는 딱히 가리지 않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손에서 일을 놓고 편하게 쉬려고 노력해요. 좋아하는

야구 경기도 챙겨 보고, 시사 논평 프로그램도 보고요. 오후 11시30분 정도에

잠자리에 들죠. 주말을 포함해 주 1~2회는 등산을 해요. 제가 촌장으로 있는

강원도 홍천의 '힐리언스 선마을'에 가는데, 도착하려면 산을 올라야 하거든요."

생각보다 평범하네요. 너무 건강하셔서 박사님만의 특별한 건강 비법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것, 그게 바로 비법입니다. 거창한 운동 계획을 세우고 엄격하게

식단 조절을 하면 스트레스가 심해져요. 즐겁게 잘 살기 위해서 건강을

지키는 거잖아요. 건강을 지키는 게 인생의 목적은 아니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해야 하고, 싫은 것은 되도록 하지 말아야 해요."


46세에 무너진 건강, 생활습관 바꿔 이겨내
까다롭지 않게 관리하는 것, 그게 박사님의 건강철학인 것 같네요.

이런 철학을 갖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맞아요. 저는 늘 '절제'를 강조합니다. 저를 포함한 한국인은 너무 앞만 보고

달리는 경향이 있어요. 일도, 운동도 몸을 불사르며 열심히 하죠. 이런 생활에는

 제동을 걸어야 해요. 뇌와 몸이 지쳐 버리거든요. 저는 지난 몇십 년 간

앞만 보고 달려왔어요. 늘 새벽까지 공부했고 새벽4시30분에 일어났어요.

미국 예일대에서 유학할 때 동료들에게 자주 듣던 충고는

'너는 너를 죽이고 있다(You are killing yourself)'였죠. 일할 때도 결근, 조퇴,

지각을 해본 적이 없었죠.

당시 테니스가 유일한 취미였는데, 이조차도 열심히 해서 전국 교수 테니스대회

준우승까지 했어요. 그랬더니 1979년, 46세가 되던 해 건강이 완전히

망가지더라고요. 허리디스크가 생겨서 앉지도 못하고 서서 진료를 봤어요.

무릎도 내려앉아 지팡이를 짚어야 했고, 맥박도 느려졌죠. 병원 진료만 끝내고

집에서 누워 지냈어요. 낙이 없어서 온종일 먹었죠. 운동하지 않고 먹기만 하니

 불과 몇 달 만에 10kg이나 불더군요. 무게는 올라가고 근육은 빠져서 허리와

무릎이 더 안 좋아졌습니다."

이때 건강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신 거군요.
"결국 병원에서 허리 수술을 하자는 얘기를 들었어요. 명색이 의사인데

아파서 앓는 게 부끄럽고 한심했어요. 조금만 생활을 돌아봤으면 이 지경까지는

되지 않았을텐데, 하며 후회했습니다. 사실 이전부터 몸이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거든요. 대장염, 위염, 편도선염, 구내염, 비염,

건조성 피부염 같은 잔병이 많았어요.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서 생활습관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죠.

생활습관이 좋으면 우리 몸의 방어체력이 높아져요. 아예 병에 걸리지 않게

만들어 주는 면역력과, 병에 걸렸더라도 약을 쓰지 않고 절로 낫게 하는

자연치유력이 방어체력에 해당합니다. 생활습관 개선을 결심한 뒤부터 하루의

생활리듬을 다듬고 운동량과 영양 균형, 스트레스를 조율했어요. 주치의가

권해서 매일 골프연습장에 다녔어요. 걸을 수 있는 만큼 한강공원을 걸었고요.

식습관도 미국 유학 시절의 것을 버리고 한국 전통식으로 바꿨어요. 회식을

하거나 뷔페에 갈 때는 절제했습니다. 명상을 시작하면서 스트레스 줄이는

훈련도 했어요."

 
 
                       웃고있는 이시형 박사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야 습관을 바꿀 수 있다

여기까지 들었을 때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이 박사는 건강 관리를 너무

열심히 하느라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건강을 관리하려면

올바른 생활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결국 올바른 생활을 습관으로 익혀서

몸이 저절로 중용(中庸)의 삶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게 비결인 것이다.

 하지만 올바른 생활을 습관화하려면, 이제까지의 것을 버리고 새 것을

익히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게 쉽지 않기 때문에

현대인이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닐까. 하지만 이 박사는

 "뇌를 이해하고 그 생리를 이용하면 대단히 어렵고 힘든 일도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습관 바꾸는 게 참 힘듭니다.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오랜 세월 동안 유지해온 습관을 바꾸려면 무조건 마음만 독하게 먹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뇌의 구조적 기능을 이해하면 되죠.

 뇌는 새로운 행동을 하는 데 강력히 반발하는 성향이 있어요. '통일-일관성'

본능이라 하죠. 하지만 똑같은 것만 반복하면 매너리즘에 빠져서 활력을

잃고 무력해져요. 이걸 극복하려고 뇌는 새로운 자극을 필요로 해요.

즉, 갑자기 닥치는 큰 변화에는 거부반응을 일으키지만 일관성이 흔들리지

않는 범위 내의 작은 변화는 좋아한다는 뜻이에요. 뇌의 이런 특징을 이용해서

 '작은 계획을 점진적으로 늘린다'는 원칙을 세우고 습관을 바꾸면 돼요.

출근할 때 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던 사람이라면 계단으로 가보세요.

오전 7시 기상을 30분 당겨서 6시30분으로 바꿔 보세요. 일찍 퇴근한 날은

가까운 공원에서 산책을 즐겨보세요. 생활습관을 바꾸겠다고 무작정

피트니스센터 이용권부터 끊지 말고, 계단 오르듯 작은 것부터 천천히

즐기면서 바꾸는 게 좋아요.

중요한 것은 싫은 건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주위에서 권유하는 좋은

생활습관이 있어도 자신에게 맞지 않거나 구미에 당기지 않으면 하지 마세요.

어차피 싫은 것을 억지로 하는 건 3일 이상 유지하기 힘들어요. 우리 몸에는

균형을 이루고자 하는 자동유도장치가 있어요. 며칠간 운동량이

다음날 좀더 보충해 보고자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맛있는 것을 며칠 연속

 배불리 먹으면 그 후엔 덜 먹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죠. 그러니 처음부터

무리한 계획 세우지 말고, 싫은 것은 피하고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작은

변화에 만족하고, 적당히 즐기면서 해도 됩니다."

 
                   책상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이시형 박사

정신과 의사가 암환자 주치의 돼야 하는 이유

이시형 박사의 건강은 즐거운 삶, 절제, 생활습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가 앉아 있던 책상에는 손으로 메모해 놓은 종이가 빼곡했는데,

곧 출판할 책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 했다. 지난 4월에 <둔하게 삽시다>를 냈는데,

벌써 다음 책을 준비 중인 것이다. 늘 활력 넘치는 그가 요즘 관심 갖는

 분야는 무엇일까.

박사께서는 자연의학, 뇌 과학 등에 관심이 많아 대한민국 정상 궤도에

오르셨습니다. 이외에 최근 따로 집중하고 계신 분야나 이슈가 있나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암환자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는 현재 암치료의 주분야가 아니에요. 암치료의 3대 요법인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 화학요법을 주관하는 진료과가 암환자를 주로

담당하죠. 하지만 저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암환자의 주치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환자의 치료 방향을 계획해 주는 사람이 되는 거죠.

암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환자의 이제까지 삶과 주변 환경에 대한 얘기를

 들어 보는 거예요. 몸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객관적인 검사를 한 뒤 다양한

 치료 방법 중 어떤 것을 1순위로, 또는 주 치료법으로 선택할지 환자의

상황과 상태에 맞춰 고민해 주는 거죠. 암 자체가 환자에게 큰 스트레스

요인인데, 암치료의 3대 요법도 환자 몸에 엄청난 스트레스와 부담을 가하거든요.

그러니까 스트레스와 위험이 가장 적으면서 효과가 큰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료의 효율성을 고려해 주는 주치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치료 방법이 결정되면 환자를 해당 진료과에 보내 치료받게 하고,

3대 요법이 어느 정도 끝나면 그 즉시 다시 환자를 받는 거예요.

당장 암과 암치료로 인한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떨어졌을테니 집중

면역요법을 해주기 위해서죠. 몸속 암세포를 잡아먹는 NK세포를

추출해 증식시킨 뒤 다시 몸에 넣어 주는 식으로 응급처치를 합니다.

 이후에는 생활 면역요법을 해줘야 돼요. 생활습관을 바꿔서 방어체력이

커지도록 돕는거죠. 그래서 환자가 다시는 암이 재발하지 않도록 스스로

관리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겁니다."

 

우리 시대 건강 멘트로서 <헬스조선> 독자들에게 조언 한 말씀 해 주세요.
"'절제'를 기억하세요. 삶을 너무 열심히 살지 마세요. 천천히, 느긋하게

즐기면서 살아도 충분합니다. 일상에 치여 지칠 때는 건물이 적고 나무와

물이 많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 보세요. 행복과 평화를 느끼게 하는

세로토닌 호르몬이 많이 분비돼 절로 힐링이 되거든요. <헬스조선> 독자들이

모두 즐겁고 건강하게, 80대에도 40대 중년처럼 지내기 바랍니다."

 
                     웃으며 서 있는 이시형 박사

이시형 박사 추천 생활습관
<리듬습관>
밤 10시~새벽 2시에는 수면 중인 게 좋다
기상시간을 평소보다 1시간 당기자
점심식사 후 15~20분의 낮잠을 즐기자
침실은 어둡고 조용하게 유지하자

<식사습관>
맛있게, 푸짐하게, 건강하게 먹자
채소, 과일 등은 수확 후 빠른 시간 내에 먹자
오메가3·6은 챙겨먹고, 인공첨가물은 피하자
현미밥을 챙겨먹자
소금과 술은 멀리하자

<운동습관>
틈나는 대로 움직이는 게 좋다
유산소 운동 30분, 근육 운동 10분은 필수다
즐거운 마음으로 느리게 조깅하자

<체온관리습관>
중온탕(40℃) 목욕으로 체온을 올리자
때때로 건포마찰, 찬물 목욕을 해서 몸에 자극을 주자

<마음습관>
'지금 여기'에 집중하고, 잡생각을 버리자
여행을 가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화제로 대화해보자
자신을 칭찬하고 자신에게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자
느긋함과 기다림을 습관화하자
앉거나 설 때 정좌(正坐)를 지키자

 

헬즈 조선 입력 : 201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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