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慈母思(자모사)

칠봉인 2018. 11. 12. 23:08

薝園時調(첨원시조)

      慈母思(자모사)

 

이 시조는 병인년丙寅年 가을에 지었다.

옛날 어떤 효자는 서러워지면 퉁소洞簫를 불어 퉁소 속에

피가 하나 가득하더라는데 내 이 시조는 설움도 얼마 보이지

못하였거니와 피 한 방울인들 묻었으리요마는 효도야 못하였을망정 설움은 설움이다. 어머니 일을 적고 내 시조를 그 아래 쓰니 시조는 오히려 의지가 있는 것 같다.

 

?위 글은 담원의 자서自書로 자신이 쓴 사모곡思母曲

자모사慈母思을 해설한 작가노트이다.

?아래에 실은 시조時調는 담원薝園의 사모곡思母曲

자모사慈母思40수다. 원문의 고어투語套

원본의 있는 그대로를 퍼 옮겨, 그 시대에 통용되던

한글의 용례를 살펴보며, 맛있는 시어를 직접(?)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를 단 담원의 감성을 읽으며,

독자의 가슴에도 담원의 생각이 고스란히 전이되는 체험을 기대하면서.

띄어쓰기는 문장구성의 일반적 용례에 맞추었다.

         편집자

1.

가을은 그 가을이 바람 불고 입1)드는데

가신님 어이하여 돌오실 줄 모르는가

살뜰이2) 기르신 아희 옷 품3) 준 줄 아소서

 

?1) 떨어진다는 의미()

2) 정성이나 은혜가 폐부에 사무치도록

3) 옷의 앞섶

 

2.

부른 배 골리보고 나흔 얼굴 병만 녀겨

하로도 열두시로 곳 어떨까 하시더니

밤송인1) 쭉으렁인채 그저 달려 삼내다

 

?1) 우리 속담에 쭈그렁 밤송이 3년 달린다는 말이 있다.

다병多病한 사람이 그대로 부지하는 것을 이에 견주어 말하며,

못생기고 오래 사는 것을 이에 견주어 말한다.

 

3

동창에 해는 뜨나 님 계실 때 아니로다

이 설음 오늘날을 알앗드면 저즘미리

먹은 맘 다 된다기로 압 떠날 줄 잇으리

 

4.

참아 님의 낫을 흙으로 가리단말

우굿이1) 엉겟스니 무정할손 추초秋草로다

밤니여 꿈에 뵈오니 편안이나 하신가

 

?1) 무성茂盛한 모양

5.

반갑던 님의 글월1) 설음 될 줄 알엇으리

줄줄이2) 흐르는 정 상긔3)아니 말럿도다

밧들어 낫4)에 대이니 배이5)는 듯 하여라

 

?1) 편지

2) 계속

3) 이때껏

4) 얼굴

5) 첨읍沾浥-축축하게 젖어든다

 

6

1) 나를 고히2) 보심 생각하면 되3) 서워4)

내 양자樣子5) 그대로를 님이 아니 못 보심가

내 업서 네 뮈워진 줄 어이 네가 알것가

 

?1) 미운

2) 어여쁘게

3) 도리어

4) 슬퍼하다()

5) 모양

 

7

눈 한번 감으시니 내 일생이 다 덥혀라

1) 보아 가련하니 님의 속이 엇더시리

자던2) 닭 나래처 울면 이때러니 하여라

 

?1) 저를

2) 어머니 상사가 새벽이었다

 

8.

체수1)는 적으서도 목소리는 크시더니

2) 업서 옴으신 입 주름마다 귀엽더니

굽으신 마른허리에 부즈런이 뵈더니

 

?1) 신체 장단대소

2) 치아

 

9.

생각도 어지럴사 뒤먼저도 바 업고야

쓰다간 눈물이요 쓰고 나니 한숨이라

행여나 남 들으실까 나가 외1)와 봅내다

 

?1) 외우다()

 

10.

미다지 다치엿나 열고 내다 보시는가

중문 턱1) 밧비 넘어 압 안보고 거렀더니

다친 팔 도진2)다마는 님은 어대 가신고

 

1) 문 턱. 문지방

2) 상처 등이 낫다가 재발해서 앓는 것

 

11.

젓 일흔1) 어린 손녀 손에 키고 등에 길러

색시꼴2) 백여가니 눈에 오즉3) 밟히실가

봉사4)도 님 따라간지 아니 든다5) 웁내다

 

?1) 아내 成氏 일찍 궂기고 혈육으로 큰딸 貞婉을 두었다. 갓 나며 할머니께 길렀다.

2) 처자의 체격

3) 보고 싶어 눈앞에 자꾸 어리어 보이는 것을 눈에 밟힌다고 했다.

4) 봉선화鳳仙花를 뜻함()

5) 소녀들이 봉선화를 짓찧어서 손톱에 홍색 물을 들이는 것을 봉사 들인다고 함

 

12.

바릿밥1) 남 주시고 잡숫느니 찬 것이며

두둑키 다 입히고 겨울이라 열분 옷을

솜치마2) 조타시더니 보공3)되고 말어라

 

?1) 부인네의 음식그릇

2) 솜을 넣어 만든 겹치마

3) 송종送終 때 의복으로 관중공처棺中空處를 채우는 것

 

13.

석이신 님의 속을 깁히 알이 뉘있스리

다만지 하로라도 우음 한번 도읍과저

이저리1) 쓰옵던 애가 한 꿈되고 말아라

?1) 이리저리

 

14.

그리워 하그리워 님의 신색 하그리워

닮을이 뉘업스니1) 어댈 향해 차지오리

남으니 두어줄 눈물 어려캄캄 하고녀

 

?1) 나는 어머니 혈육이 못되므로 어머니 전형典型을 닮을 길이 없다.

       그러니 더 한층 섧다.

 

15.

불연 듯 나는 생각 내가 어이 이러한고

말 갈 데 소 갈 데로 이진 듯이 열흘 달포

설음도 팔자 업스니 더욱 늣겨 합내다

 

16.

안방에 불 비치면 하마1) 님이 계시온 듯

다진창 밧비 열고 몃 번이나 울엇든고

산 속에 치위 일르니 님을 어이 하올고

 

?1)

 

17.

밤중 만1) 어매2) 그늘 세 번이나 나린다네

게서 자라날 제 어인줄을 몰랏고여

님의 공3) 깨닷고 보니 님은 발서 머서라

 

?1) 이면

2) 어머니

3) 은혜

 

18.

태양이 더웁다해도 님께대면 미지근타

구십춘광九十春光1)이 한우음에 퍼지서라

멀찌기 아득케나마 바랄날이 언제뇨

 

?1) 봄 석 달을 이르는 말

 

19.

어머니 부르올제 일만잇서 부르리까

젓먹이 우리 애기 웨또찻나 하시더니

황천黃泉1)이 아득하건만 혼자 불러 봅내다

 

?1) 地下를 이르는 말

 

20.

연긘가 구름인가 녯일 벌서 희미熹微해라

눈 가마 뵈오려니 떠오느니 딴 낫이라

남 업는 거룩한 복이 언제런지 몰라라

 

21.

등불은 어이 밝아 바람조차 부는고야

옷자락 날개삼아 훨훨 중천 나르과저

이윽고 비소리나니 잠 못일워 하노라

 

22.

풍상風霜도 나름이라 설음이면 다 설음가

오십년 님의 살림 눈물인들 남을 것가

이저다1) 꿈이라시고 내 키2)만을 보서라

 

?1) 이것저것 모두

2) 신장身長

 

23.

북단재1) 뽀죽집2)이 전에 우리 외가外家라고

자라신 경눗골3)에 밤동산4)은 어대런가

님 눈에 비취던 무산5) 그저 열둘이려니

 

?1) 종현鍾峴 고명古名

2) 천주교당天主敎堂의 속칭俗稱

3) 정릉동貞陵洞의 와

4) 어머니 외가外家가 정릉동이었는데 뒷동산에 율림栗林이 있어서

어머니 어릴 적에 내외종형제자매內外從兄弟姉妹가 같이 다니며

아람(밤톨)을 주웠다고 말씀하였다.

5) 어머니 소시少時에 외조外祖 성천임소成川任所에 가서

강선루降仙樓에 올라가 무산십이봉巫山十二峰을 보았다고 늘 말씀하였다.

 

24.

목천木川 집 안방인데 누으신양 병중이라

손으로 머리 집자 님을 따라 서울길로

나다려 말슴하실젠 진천인 듯 하여라

 

?時調는 어느날 밤 꿈을 그대로 적은 것이다.

 

뵈온배 꿈이온가 꿈이 아니 생시런가

이 날이 한 꿈되어 소소로쳐1) 깨우과저

긴 세월 가진 설음을 맘껏 하소2) 하리라

 

?1) 자지러지게 놀라는 것

2) 하소연

 

26.

시식時食도 조컷마는 님께 들여 보올것가

악마듸1) 풋저림을 이 업슬 때 잡숫더니

가지록 뼈 아풉내다 한이라만 하리까

 

?1) 억세인 것

 

27.

가까이 겻헤가면 말로 못할 무슨 냄새

마시어 배부른 듯 몸에 품겨 봄이 온 듯

코 끗헤 하마 남은가 때때마터 봄내다

 

28.

님 분명 계실것이 여긔 내가 잇도소니

내 분명 갓슬것이 님 가신지 네해로다

두분 명 다 허사왜라 뵈와 분명 하온가

 

29.

친구들 나를 일러 집안 일에 범연타고

안해는 서워라고 어린 아희 맛업다고

여린1) 맘 설음에 찟겨 어대간지 몰라라

 

?1) 연약軟弱

 

30.

집터야 물을 것가 어는 무엇 꿈 아니리

한 깁흔 저 남산이 님 보시던 녯 낫이라

계 섯자 눈물이리만 외오1) 보니 설워라

 

?1) 혼자

 

31.

비 잠간 산 씻더니 서릿김에 내 맑아라

열 구름 뜨자마자 그 조차도 불어 업다

맘 선뜻 반가워지니 님 뵈온 듯 하여라

 

?우리 생어머니는 얼음보다도 맑은 어른이다.

 

32.

마흔1)의 외둥이2)를 응아3)하자 맛동서께

남 업는 자애엿만 정 갈릴가 참으섯네

이 엇지 범절만이료 지덕至德인줄 압내다

 

 

?1) 마흔四十

2) 독자獨子

3) 어린애 나오면 곧 응아하고 운다. 어머니가 마흔살에

나를 낳아서 곧 큰동서께 바치고 행여 정이 갈릴까 하여

그 뼈가 녹을 듯한 자애를 참고 짐짓 대범하게 굴었다.

 

33.

찬서리 어린 칼을 의로 죽자 내잡으면

분명코 우리 님이 나를 아니 붓드시리

가서도 계신 듯하니 한걸음을 긔1)리까

 

?1) 만과瞞過

 

34.

어느 해 헛소문에 놀라시고 급한 편지

네거름 헛드듸면 모자 다시 안본다고

지질1)한 그날그날을 뜻 바덧다 하리오

?1) 오죽지 아니한

 

35.

백봉황白鳳凰1) 깃을 부처 도솔천궁兜率天宮2) 향하실제

아득한 구름 한 점 녯 강산이 저긔로다

빗방울 오동에 드니 눈물 아니 지신가

 

?1) 상상의 상서로운 새

2) 한량없는 하늘 사람들과 미륵보살彌勒菩薩이 산다는

천계天界의 칠보七寶 장엄한 보궁寶宮

 

36.

엽둔재1) 놉흔 고개 눈 바람도 경이랏다

가마2) 뒤 자즌 걸음 얘기 어이 그첫스리

주막집 어둔 등잔이 맛본상3)을 비춰라

 

?1) 진천鎭川에서 성환역成歡驛으로 나올는데 이 재를 넘는다.

2) 교자轎子

3) 겸상으로 보아 논 밥상, 임자년壬子年 첫겨울이다.

내가 어머니를 뫼시고 진천서 성환으로 나오는데

엽둔재를 당하니 눈이 오고 바람이 불었다.

어머니 가마채를 붙들고 재오 걸어 올라가면서 모자간母子間 이야기가 많았다.

성환成歡 오니 어두웠다. 저녁을 겸상하여 들여왔는데 등잔이라고 켠지만지 하였다.

그 하루가 지금껏 잊히지 아니한다.

 

37.

이 강이 어는 강가 압록鴨綠이라 엿자오니

고국산천 새로이 설워라고

치마끈 드시려하자 문물 벌서 굴러라

 

?우리 생어머니야말로 저 명말明末 고정림顧亭林

모부인母夫人에게지지 아니할 고절高節을 가졌다.

임자년壬子年 겨울 안동현安東縣으로 뫼시고 갈 제

기차가 압록강鴨綠江을 건너니 어머니 나를 부르며

나라가 이 지경이 돼야 내가 이 강을 건너는구나

그 말씀을 이어 눈물을 흘렸다.

 

개울가 버들개지1) 바람따러 휘날른다

행여나 저러할라 돌이고도 굴2)지마라

이 말슴 직혓다한들 누를 향해 살욀고

 

?1) 버들개지柳絮

2) 구르다

 

39.

이만 사실 님을 뜻조차도 못바든가

한 번 상해들여 못내 산채 억만년을

이제와 뉘우치란들 님이 다시 오시랴

 

40.

설워라 설워라 해도 아들도 딴 몸이라

무덤 풀 우군 오늘 이 살1)부터 있단말가

빈 말로 설은양 함을 뉘나 밋지 마옵소

 

?1) 기육肌肉(, 피부, 근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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