失言 (실언)
한자인 언(言)과 어(語)의 뜻을 순 우리말로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힘들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식이다.
모두 ‘말’로 표현하고 있지만, 한자 세계에서 두 글자의 원래 뜻은 다소 다르다.
출전(出典)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크게는 내가 직접 상대에게 하는 말이 언(言)이다.
어(語)는 상대의 말이나 물음에 대답하는 행위다.
‘가는 말이 고와야’ 식의 우리 속담에서 가는 말이 언이고, 오는 말이 어인 셈이다.
그래서 ‘말실수’를 일컫는 실언(失言)과 실어(失語)는 다소 차이가 있을 법하다.
전자는 내가 스스로 내뱉은 말실수일 것이고,
후자는 누군가에게 대답하는 과정에서 한 말실수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실어는 게다가 ‘단어를 잊거나 잘못 고른 경우’의 뜻도 포함한다.
동양 사회는 말이 지니는 덕성(德性)을 매우 중시했다.
함부로 말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공자(孔子)는 “함께 말을 할 상대가 아닌데, 말을 하는 경우가
실언(不可與言, 而與之言, 失言)”이라고 지적했다.
말의 행위에 철저하게 신중함을 실으라는 주문이다.
속은 그렇지 않은데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는 사람은 교언(巧言)이다.
공자는 그런 사람이 “덕을 해친다(亂德)”며 가장 경계했다.
‘병은 입으로 들어오고, 재앙은 입으로부터 나간다(病從口入, 禍從口出)’는
말은 동양사회가 말로부터 얻어지는 재앙을 얼마나 조심했는지 보여준다.
‘말이 많으면 계속 지는 것(多言多敗)’이고,
‘입을 자주 열면 그만큼 자주 막히는 것(多言數窮)’이라고 했다.
어떤 상황에서 그에 걸맞은 말을 하는 게 현명한 사람이다.
공자의 지적에 따르면 “그 말을 해야 할 상황이 아닌데 입을 여는 것은
조급함(言未及之而言, 謂之躁)”이다.
제가 말을 해야 할 상황이 아닌데도 성급하게 입을 열어 잘못을 부르는 사람,
언어의 조증(躁症) 환자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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