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 [조지훈]
얇은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깍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작품감상평: 이 시는 내가 보아 온 시들 중에 가장 서정적이고 비단결 같이 부드러우며 매끄럽다
이런 시를 어떻게 쓸수 있을까 할 정도로 아름답고 가장 시적인 시다
한 문구 한 문장 들을 어쩜 이렇게 어거지없이 물 흐름처럼 부드럽게 넘길 수가 있을까
만약 파르라니 깍은머리, 아롱질듯 두 방울이야 등을 영어로 번역해 이 서정성을 나타낼 수 있다면 이건 그야 말로 노벨 문학상 감이요
인류의 유산이고 보배라 할 정도로 아주 좋은 시다 그 누가 있어 이 시만큼 시적인 시를 쓸 수 있단 말인가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 빛이라 캬~ 이시는 한구절 한구절이 주옥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조지훈씨가 정말 대단한 시인임이 절로 느껴진다]
'기타 > 어쩌구 저쩌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老人 考 (노인 고) (0) | 2012.08.09 |
---|---|
실언 (0) | 2012.08.09 |
촌놈이 본 축구 이야기 (0) | 2012.08.08 |
제주도 사투리 속담 모음 (0) | 2012.08.08 |
물놀이장 (0) | 2012.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