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어쩌구 저쩌구

승무

칠봉인 2012. 8. 9. 20:18

승무                            [조지훈]

 

얇은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깍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작품감상평: 이 시는 내가 보아 온 시들 중에 가장 서정적이고 비단결 같이 부드러우며 매끄럽다

이런 시를 어떻게 쓸수 있을까 할 정도로 아름답고 가장 시적인 시다

한 문구 한 문장 들을 어쩜 이렇게  어거지없이 물 흐름처럼 부드럽게 넘길 수가 있을까

만약 파르라니 깍은머리, 아롱질듯 두 방울이야 등을 영어로 번역해 이 서정성을 나타낼 수 있다면 이건 그야 말로 노벨 문학상 감이요

인류의 유산이고 보배라 할 정도로 아주 좋은 시다 그 누가 있어 이 시만큼 시적인 시를 쓸 수 있단 말인가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 빛이라 캬~  이시는 한구절 한구절이 주옥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조지훈씨가 정말 대단한 시인임이 절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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