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조국에 바란다

國無遊民 朝無幸位(국무유민 조무행위)

칠봉인 2016. 5. 12. 20:22

國無遊民 朝無幸位(국무유민 조무행위)

 


나라 안에는 일 않고 놀고먹는 사람이 없어야 하고


정부에는 자리에만 연연하는 공직자가 없어야 한다


                         [김유혁 칼럼]


 




이는 대학의 마지막 장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일을 해야 한다. 일을 함으로서 제 나름의 구실을 다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이란 곧 생산성을 의미하며 그 생산성의 결과는 생활사회를 윤택하게 만드는 풍요와 번영을


의미한다.


정부당국에서는 하나에서 열까지 일자리 창출을 모든 정책에 우선하는 과제로 외치고 있다.


일하는 국민은,


첫째 부지런하고,


둘째 가난하지 않으며,


셋째 신의가 있고,


넷째 모든 일에 자신을 지니며,


다섯째 희망을 놓지 않고 언제나 가능성에 도전한다.


그리고 여섯째는 적극적인 사고(思考)와 능동적인 행동방식을 통하여


모든 일을 처리하기 위한 자세를 취한다,


그와 같은 유형의 사람들로 형성된 사회에는 이른바 실직자(失職者)는


있을 수 있지만 실업자(失業者)는 있을 리 없다.


실업자가 범람하는 사회는 그 자체가 불안이요, 불신이요, 공포다.


불안과 불신과 공포는 온갖 사회적 병리를 배태(胚胎)하기 때문에


사회적 행복을 공유하기 위한 생활풍토의 조성이란 기대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그와 같은 상황 하에서는 가장 긴장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비실업자(非失業者) 계층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땀 흘려 이룩한 생산 효과가 사회적 병리의


지수(指數)만큼 잠식당할 뿐 아니라 한편으로는 사회적 부양부담이 더해가고,


다른 한편으로는 근업의욕(勤業意欲)을 그만큼 저상(沮喪)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들이 경계해야할 것은 공직사회 각 분야에 몸담고 있는 공직자들이


자신들이 차지하고 있는 지위와 직책 그리고 재량권을 남용하여 그 자리를 즐기려는


악성적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공직자들의 정신 상태와 행태(行態)의 불건전성이다.


당나라 시대 이름 높았던 간언대부(諫言大夫) 위징(魏徵)이 당태종에게 한 말 가운데


3가지 거울을 잘 보라는 내용의 충언이 있다.


그 충언은 당시의 황제이면서도 죽을 때까지 실천하려


노력했다는 것은 유명한 정언(政諺)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3가지 거울 중의 하나가 사경(史鏡)이다.


이는 역사공부를 많이 해서 역대 왕조의 흥망성쇠의 까닭을 면밀히 알아두라는 뜻이다.


왕권상실 또는 왕조의 멸망 이유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기민(欺民), 부정,


비리, 부패이었다. 그와 같은 정치병리를 배태케 하는 것은 뇌물과 사치이었다.


우리나라 공직자의 청렴도는 OECD 국가 중에서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공개된 비밀로 통하고 있다.


 


공직자를 유혹하는 것 중에는 감독(甘毒)이 있다는 것을 신음어(呻吟語)에서는 밝히고 있다.


충언(忠言)을 고독(苦毒)이라 하고 뇌물을 감독이라 한다.


올바른 말은 귀에도 거슬리고 마음을 쓰디쓰게 한다,


그러나 뇌물은 사탕처럼 언제나 달콤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뇌물을 감독이라 하는 것이다. 공직자가 고독과 감독을 구별할 수 있는 가치관이


정립되어 있지 않는다면 언제나 감독에 혼취(昏醉)되어 부정부패를 저지르게 된다.


우리나라 공직사회의 청렴도가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공직자들 가운데


감독을 물리칠 수 있는 정의감과 용기를 지닌 이들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기민(欺民)은 미세몬지와 같이 모든 사람들에게 해악을 입힌다.


그래서 미세몬지의 공해(公害)를 일컬어 “沈黙의 殺人者”라 한다. 공직자의 기민(欺民)행위는


이처럼 가공스러운 것이다. 그리고 부정행위(不正行爲)는 소리 나지 않는


“무성폭탄(無聲爆彈)”과 같은 것이고, 비리(非理)는 초기자각증상을 느끼기 어렵게 하는


“고엽제(枯葉劑)”와도 같으며, 부패(腐敗)는 “세균을 품고 숨어드는 풍토병(風土病)”이라


비유해도 지나친 비유는 아닌 상 싶다.


 


왜냐하면 기민, 부정, 비리, 부패요인은 나라를 망치고


백성들을 못 살게 만드는 지상최대의 해악이기 때문이다.


대학장구(大學章句)의 한 마디(國無遊民 朝無幸位)가 그토록 엄청나고


무서운 병인(病因)이기에 조선왕조 임금 중에서 51년간 재위했던


영조대왕께서는 19세, 29세, 63세, 시절에 대학을 세번이나 탐독했을 뿐 아니라


임금 중에서는 오직 영조대왕만이 대학의 서문을 써서 남길만큼 대학을 읽고 또 읽곤 했다,


역사의 거울을 바로 봐야 한다는 뜻에서 자숙자계(自肅自戒)하는 풍토가 무르익어 갔으면


하는 바램이 날로 더해 갈 뿐이다.


 


정객들이 왜 선거 때가 되면 노상에서 제사지내듯이 큰 절을 하고


총선이 패배이유를 놓고 책임 전가에 급급해하는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른바 자기 텃밭을 벗어나서 당선되었다고 해서 차기 대권도전 운운하는 모습은


그것이 당사자의 의사표현이었던, 언론이 띠운 고무풍선이었던 타기(唾棄)를 금할 수 없을


만큼 뜻있는 국민들의 비위를 상하게 한다.


그 모든 것이 자기과시벽(癖)의 잠재적인 표현임에 거의 틀림이 없는 뜻 하다.


일직이 이퇴계선생께서는 경고 하였다.


이른바 우리나라 선비들이라 하는 식자층의 사람들이 남의 좋은 의견을 존중할 줄 모르고


자기 고집을 버리는 용기를 기르지 않는다면, 즉 사기종인(捨己從人) 할 줄 모른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결코 밝아질 수 없다고 하였다.


500여년전 학자의 말일 뿐이라고 가볍게 넘겨버리지 말기를 당부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