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어쩌구 저쩌구

젓가락질과 인품(人品)

칠봉인 2020. 4. 21. 12:05

젓가락질과 인품(人品)

 
먹는 모습은 그 사람의 인품을 드러낸다.
우리 인생에는 유혹이 수없이 많지만,

좋은 물건일수록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야지 혼자 독차지해서는 안 된다.

친구와 식사를 하는 중이었는데 마침 아버지께서 나를 보러 오셨다.
말수가 적으신 아버지는 식사가 끝날 때까지

줄곧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계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이 친구와는 깊이 어울리지 않는 것이 좋겠구나.”
나는 깜짝 놀랐다. 이 친구와는 몇 번 일을 같이한 적이 있는데,

인상이 썩 괜찮았기 때문이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먹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대개는 알 수 있단다.
아까 그 친구는 음식을 집을 때 습관적으로 접시 아래쪽에 있는
음식을 젓가락으로 위로 끄집어올려 툭툭 털고 나서야 집어 올리더 구나.
입에 맞는 음식은 특히 여러 번 뒤적거리더라고.

젓가락이 무슨 뒤집개라도 되는 것처럼 아주 접시 전체를

새로 한 차례 뒤집어 엎더구나.”
나는 선뜻 수긍하지 못했다.

“사람마다 다 습관이 다른 건데요. 어떤 사람은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고, 어떤 사람은 우적우적 빠르게 집어삼키고 하는

법이니 너무 까다롭게 볼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아버지께서는 고개를 저으셨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갑자기 산해진미를 눈앞에 뒀다고 한다면야

먹는 모습이 보기 나빠도 이해할 만하지만,
이 친구는 사업하는 사람으로 사는 형편이 곤란하지도 않은데

먹는 모습이 그렇다는 건 이 친구가 이기적이고 편협한 사람이라는 증거야.

 

음식 앞에서 이처럼 다른 사람들의 기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젓가락을 접시 안으로 넣어 뒤적거리는 사람이라면,

앞에 둔 것이 이익에 관계된 유혹일 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 것으로 만들 테지.”
이어서 아버지는 당신께서 소년 시절에 겪으셨던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아버지께서 5세 되던 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형편이 무척 궁핍해져서

배불리 먹지 못하는 때가 잦았다.

 
어쩌다 친척 집에 가서 식사를 하게 되면 할머니께서는

사전에 아버지께 여러 번 이렇게 당부하셨다고 한다.
“아들아, 식사할 때는 먹는 모습을 꼭 신경 쓰도록 해라.

입에 맞는 음식이라도 혼자 독차지해서는 안 된다.

남들의 비웃음을 사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우리 집이 비록 가난하지만 예절만은 지켜야 한다.”

할머니의 말씀을 명심한 아버지는 한 상 가득히 놓인

맛있는 음식 앞에서도 추태를 보이지 않고 절제된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말씀을 마친 아버지께서는 의미심장하게 말씀하셨다.
“젓가락 한 쌍이라고 우습게보아서는 안 된다.

사소한 부분에서 그 젓가락을 든 사람의 수양과 인품이 보이기 때문이야.”

과연 그 후 친구와의 사이에서 일어난 일은

아버지의 말씀이 옮음을 증명했다.

그 친구는 사소한 이익 때문에 의리를 저버리고 떠나갔다.

이 일 이후로 나는 아버지의 말씀을 깊이 새겨오고 있다.

우리 인생에는 유혹이 수없이 많지만, 항상 욕망을 절제해야 한다.
좋은 물건일수록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야지 혼자 독차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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